▷황사는 중국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흙먼지이고, 미세먼지는 공장이나 자동차 배출가스처럼 사람의 활동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다. 하지만 황사도 아주 작은 입자라는 점에서는 미세먼지다. 기상청이 ‘황사특보’를 내리는 기준도 미세먼지 농도다. 16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황사특보는 ‘황사경보’에는 못 미치는 ‘미세먼지 주의보’다.
▷‘중국산’ 미세먼지는 강철보다 단단하다. 중국 시안자오퉁(西安交通)대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 미세먼지의 70%는 산업용 기계에 마모를 일으킬 정도의 강도다.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면 반도체 같은 정밀기계의 불량률이 높아지는 이유다. 그런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면 폐포가 남아나질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70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며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μg 증가할 때마다 암 발생 확률이 12%, 기형아 낳을 확률은 16% 높아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폐 세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게 해 코로나 감염률을 높인다는 연구도 나왔다.
▷중국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도 한국의 상황은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베이징 공기를 맑게 한다는 명분으로 베이징 공장을 동쪽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은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나라인데, 발전소의 절반은 동부 지역에 있다. 바람은 동쪽으로 부니 우리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황사의 발원지가 몽골이든 중국이든 중국 내 대기오염 시설을 거쳐 불어오면 우리로선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경유차 타지 않고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 없이는 국회가 ‘사회 재난’으로 규정한 미세먼지를 피해 살아갈 방법은 없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