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투기 의혹]송전선 지나가는 개발제한구역 땅 2년전 1억8000만원 대출받아 매입 “지인 권유로 야적장 용도로 샀다” 그린벨트내 농지 딴 용도 쓰면 위법… 주민들 “물건 쌓아둔걸 본적 없어” 보좌관 이달초 면직… ‘투기설’ 소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 보좌관 A 씨의 부인 박모 씨가 2019년 4월 11일 매입한 경기 안산시 장상동 토지. 마늘 싹이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등 최근까지 농사를 지은 흔적이 보인다. 박 씨가 이 땅을 사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제3기 신도시인 안산 장상지구로 지정됐다. 안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매입 26일 뒤에 신규택지 지정
박 씨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 있는 1550m² 크기의 해당 농지를 산 건 2019년 4월 11일. 박 씨가 토지를 매입하고 26일 뒤인 5월 7일 국토교통부는 ‘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박 씨의 땅은 이날 발표된 택지 가운데 1만3000채 규모의 안산 장상지구 조성 계획에 포함됐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8년 10월 국토부에 공공주택지구 제안을 했으며, 이듬해 4월 25일 국토부는 관계 기관과 사전 협의를 했다. 당시 전 장관은 경기 안산상록갑 국회의원이었다.
인근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박 씨가 매입한 토지는 제약이 많아 거래가 쉽지 않은 땅이라고 한다. 송전선이 위로 통과해 한국전력공사가 구분지상권을 설정해 토지 사용이 제한돼 있다. 개발제한구역이기도 해 농경지 말고는 활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박 씨는 NH농협은행 반월공단지점에서 대출을 받아 이 토지를 샀다. 등기부등본상 채권최고액은 2억1600만 원으로 120%를 기준으로 하면 1억8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이 된다.
○ “땅 사라고 먼저 권한 적은 없다”
하지만 17일 박 씨의 토지 주변을 둘러봤더니, A 씨 측의 해명과 다른 대목들이 발견됐다. 인근 대형 송전탑의 검은 전선들이 지나가는 해당 농지는 안쪽으로 밭이랑이 6, 7개 보였고 군데군데 마늘을 심어 싹이 올라오고 있어 ‘야적장’ 용도로 보긴 어려웠다.
인근 농장 관계자도 “여기서 14년을 일했지만 야적장으로 쓰이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지난해 가을쯤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농지법 전문인 한 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의 농지는 야적장으로 사용할 수 없다. 농업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썼다면 농지법 위반이다”라고 했다.
‘소유주 권유로 샀다’는 설명도 어긋났다. 전 소유주인 김모 씨(57)는 “6개월 전쯤 매물로 내놓긴 했지만 박 씨에게 사라고 먼저 권유한 적은 없다”며 “아내의 지인인 박 씨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내가 땅을 사면 어떻겠느냐’고 해 팔았다. 그런데 직후 정부 발표를 듣고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박 씨는 해당 토지 매입이 투기가 아니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최근 박 씨가 찾아와 울면서 ‘투기를 했다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전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당에서 조사 중이다. 그 내용에 대해 투기냐 아니냐 하는 것을 제가 알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안산=김태성 kts5710@donga.com·김호영·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