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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재심 길 열릴까…대검 결론 뒤집혀도 ‘첩첩산중’

입력 | 2021-03-18 15:21:00

박범계, '무혐의 처분 재판단하라' 수사지휘
한명숙 증인 기소하면 재심 요구 높아질듯
형소법상 재심 요건 충족까지는 여러 고비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증명도 필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검찰이 재판단 하라고 지시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종국에는 유죄가 확정된 한 전 총리 사건 자체를 재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실제 재심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당시 수사팀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먼저 검찰의 재판단을 지켜봐야하는데, 설령 기소를 결정하더라도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후에야 재심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조만간 일선 고검장들까지 참여하는 부장회의를 열어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검은 이미 지난 5일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박 장관은 전날 전례가 드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재판단을 지시했다. 기존 대검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박 장관이 문제 삼은 것은 대검의 무혐의 처분 자체보다는, 처분에 이르게 된 과정이다. 공정성을 담보할만한 장치를 통해 다시 판단하라는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기소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문제가 된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위증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당시 증언을 한 이들이 위증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이들은 수사팀의 위증교사까지 주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검찰이 관련 증인을 모해위증(상대를 해할 목적의 거짓 증언) 혐의로 기소할 경우, 이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 420조에는 7가지의 재심사유가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이 허위인 것이 증명될 때, 수사에 참여한 검사가 직무 관련 범죄를 범한 사실이 있을 때 등이 포함된다.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처럼 한 전 총리 재판 증언 자체가 허위이거나, 수사팀 검사가 위증을 교사했다면 재심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박 장관의 수사지휘가 재심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즐비하다.

박 장관은 모해위증 의혹을 재판단하라고 수사지휘했지만, 검찰이 기존과 같이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법무부마저도 이번 수사지휘가 기소를 압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검이 기존 무혐의 처분을 뒤집고,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당시 재소자를 기소한다고 해도 재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전 총리 사건 법원 판결을 보면 현재 모해위증 혐의가 불거진 재소자들의 증언은 유죄 근거로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팀 역시 “지금 문제 되는 재소자들 증언은 한 전 총리 유죄판결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던 증거”라는 입장이다. 재심 요건 중 하나인 위증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재심 사유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당시 수사팀이 업무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검찰이 재소자의 모해위증 혐의를 인정하는 것과 담당 검사의 모해위증교사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설령 검찰이 당시 수사팀 관계자를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더라도 끝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확정판결로 증명돼야 재심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팀은 ‘의혹 제기 자체가 황당하다’, ‘음해하기 위한 악의적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소를 가정하더라도 법원의 확정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