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집회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Do Not Split) 포스터.
중국 정부가 국내 매체들에게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하지 말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상식 관련 보도를 최소화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익명의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국내 모든 매체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논란이 없는 부문에 한해서만 시상식 보도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같은 방침은 홍콩 집회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Do Not Split)’과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가 수상 후보에 오른 뒤 내려졌다고 한다.
‘Do Not Split’은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부터 지난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까지의 과정을 담은 3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다. 노르웨이 출신 앤더스 해머 감독이 만들어 단편 다큐멘터리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해머 감독은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을 강도 높게 취재해왔다. 이번 홍콩 집회 현장에도 수개월 간 머물며 촬영했다. 그는 후보에 오르자 “홍콩에서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 뉴시스
지난 2년 간 중국에서는 1905.com과 망고TV등 최소 2개의 매체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했다. 1905.com은 관영 CCTV가 운영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