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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안철수 결국 따로 후보등록…막오른 ‘쩐의 전쟁’ 단일화 변수?

입력 | 2021-03-18 21:36:00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오 후보가 당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바꾸시는 거 같아 안타깝다. 무책임하다.”(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은 국회의원 3명밖에 없는 1인 정당, 사당(私黨)이라 (대표인) 안 후보가 출마하면 당에서 수용하는 체제라 우리와 다르다.”(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등록 마감 전 야권 후보 단일화 시도가 18일 무산됐다. 이날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서로를 겨냥해 날선 발언을 내놨다. 실무협상단은 단일화 룰을 놓고 오전부터 옥신각신하다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두 후보는 19일 각각 후보등록을 한 뒤 단일화 협상 ‘연장전’을 이어가기로 했다. 2차 단일화 데드라인은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9일이 될 전망이다.

● 후보 등록 시간도 눈치 싸움
이날 양측은 유·무선 전화 포함 여부와 경쟁력·적합도 문항을 놓고 서로 절충안을 주고 받았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에 유선전화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안 후보도 100% 무선전화 조사를 고수한 것이다.

단일화 룰 협상이 결렬되면서 양측은 19일 오후 6시 마감 전까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오 후보는 이날 오전 강북 지역 활성화 관련 일정만 확정한 채 후보 등록 시간은 별도로 잡지 않았다. 안 후보 역시 후보 등록 시간은 알리지 않았다. 단일화 룰 합의 파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먼저 등록에 나서는 모습을 피하려고 양측이 눈치싸움을 벌인 것이다.

결국 두 후보 모두 19일 선관위에 후보로 등록하면 투표용지에 당명과 기호, 이름이 적힌다. 다만 29일까지 단일화에 성공하면 기표란에 ‘사퇴’라고 표기된다.>> 2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양측은 각자 선거운동을 벌이며 물밑에서 단일화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29일까지 양측은 표면적으로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시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국민의힘은 내심 조직력과 자금력에서 열세를 보이는 안 후보가 사퇴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애초 안 후보가 내건 ‘야권 통합’에 걸맞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다.

양측 모두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오 후보는 기호 2번, 안 후보는 기호 4번이 적힌 어깨띠를 착용할 수 있다. 공식 선거운동 전까지 양측은 후보 자격으로 선거사무소에 간판이나 현판, 현수막 등을 설치할 수도 있다. 또 후보 홍보물 우편 발송과, 8회 이내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발송도 가능하다.

● 막 오른 ‘쩐의 전쟁’ 단일화 변수 될까
국민의힘은 선거 운동이 본격화할수록 당력이 우세한 쪽이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울지역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한 차례 발송하는 데에만 수천만 원 넘게 들고, 각종 홍보물 제작과 배포 등 홍보비를 감안할 때 ‘실탄’이 많은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당 외부 행사가 거의 없었던 터라 현재 당 재정 상황이 여유로운 편”이라며 “당력을 총동원해 오 후보 띄우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선관위가 발표한 4·7 서울 보궐선거 선거비용 보전 상한액은 34억7500만 원이다. 지난 대선에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은 각각 450억 원 안팎을 보전 받았다. 다만 중도 사퇴할 경우 선거운동 과정에서 쓴 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야권 관계자는 “선거 초반엔 후보들이 나서 ‘공중전’을 펼치지만, 중후반에는 밑바닥까지 훑어야 하는 ‘보병전’을 누가 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국민의힘은 최대한 단일화 합의 기한을 미루려고 할 것이고, 국민의당은 조속히 단일화를 끝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이날 일찌감치 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 후보는 “위기의 부산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선 검증된 일꾼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고, 박 후보는 “전임 시장의 잘못된 행동으로 시민 혈세 260억 원이 들어가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