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팅위 9단 ● 신진서 9단 본선 16강 3국 8보(112∼122)
8세기 중엽 당나라 현종 때의 바둑 고수 왕적신(王積薪)은 위기십결(圍棋十訣)을 지어 바둑에 임하는 자세를 전했다. 그 두 번째 덕목은 입계의완(入界宜緩)인데, ‘경계를 넘어갈 땐 완만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판팅위 9단은 그 경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깊으면 끊길 것이고 반대로 얕으면 집 부족에 걸릴 것이다. 적정선은 어디인가.
백 12를 두는데 판 9단은 이 바둑 최고의 시간을 할애했다. 승부처임을 직감한 것이다. 흑 13에는 노타임으로 백 14. 앞선 장고에서 이미 이 수순을 봐뒀던 것이다. 그러자 신진서 9단은 더는 못 참겠다며 흑 15로 즉각 붙였는데, 이 수가 분란의 시발점이었다. 참고도 흑 1로 둬서 백을 가뒀으면 알기 쉬웠다. 물론 백 2가 선수여서 잡힐 돌은 아니지만 어떻든 흑이 백의 삶을 강요하며 집을 챙겼으면 넉넉하게 앞설 수 있었다. 실전은 백 16으로 비틀어 22까지 차단하자 흑은 살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