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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아시아계 걱정 안다”… 오바마 “인종폭력 범죄 끝내야”

입력 | 2021-03-19 03:00:00

[美애틀랜타 총격 한인 4명 사망]
美 인종 증오범죄 우려 목소리 커져



“증오를 멈춰라” 피켓 추모 16일 21세 백인 남성의 연쇄 총격으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숍 3곳에서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사망한 가운데, 17일(현지 시간) 한 마사지숍 앞에서 두 시민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을 놓은 뒤 희생자 이름을 나열한 피켓과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란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애틀랜타=AP 뉴시스


한국계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희생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아시아계를 넘어 미국 사회 전체가 인종 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StopAsianHate’(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가 빠른 속도 퍼지는 등 온라인에서는 인종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애틀랜타의 마사지숍 앞에 ‘우분투(UBUNTU)’라고 적힌 종이 팻말이 놓인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반투족 말로 ’당신이 있기에 나도 있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번 총격 사건과 관련해 17일(현지 시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알다시피 나는 지난 몇 달간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잔혹행위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이것은 매우 매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수사가 진행 중으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법무부 보건복지부가 관련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고 이달 11일에도 “증오 범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 희생자들이 대부분 아시아계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반아시아계(Anti-Asian) 폭력 범죄는 반드시 끝나야 한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인종 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트위터에서는 ‘StopAsianHate’라는 해시태그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급격히 번져 나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증오와 편견, 차별의 힘에 대한 경계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썼다.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테드 리우 하원의원 등 정치인을 비롯해 토크쇼 진행자 지미 팰런, 가수 재닛 잭슨, 배우 킴 카다시안, 대만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제러미 린 등도 해시태그를 사용하면서 증오 범죄를 규탄했다.

금융계도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길거리에서, 온라인상에서 우리는 아시아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과 언어 희롱, 서비스 거부를 보고 있다”며 “이런 인종주의적 행동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썼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우리 팀 동료들도 자주 겪고 있는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은 모두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의 아시아계와 한인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용의자의 진술을 토대로 이번 범죄가 그의 성 중독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한 상태다. 아시안아메리칸행동기금은 “우리는 이런 혐오스러운 행동과 백인우월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백악관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언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전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한 바이러스’ 등으로 부르며 비난했다”며 “이런 해로운 ‘레토릭(수사·修辭)’이 아시아계 공동체에 대한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편견을 초래했고, 위협을 높였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지난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증가한 것을 두고 “전임 대통령과 극우 인사들이 외국인 혐오와 백인우월주의로 무장한 지지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 주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악마화한 것에 비춰 보면 미스터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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