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우주에 만들어질 호텔 ‘보이저 스테이션’은 지상 500∼550km 높이 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돌 것이다. 우주개발회사 오비탈 어셈블리는 호텔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위해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인공 중력을 만든다고 한다. 참고로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이다. 인공 중력은 원심력을 이용해 만든다. 거대한 원형의 우주정거장을 회전시켜 그 원심력으로 중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제시한 사람은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로, 1920년대에 처음으로 우주정거장을 고안한 러시아 과학자다. 우주를 넘나들었던 그의 기발한 상상력이 100년이 지난 후 실현되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무중력 상태에서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체는 공중의 먼지처럼 허공을 떠돌게 된다. 중력을 느끼며 지구에서 살아온 인간으로서는 분명 혼란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하지 못했던 혼란한 상태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아닐까. 그것도 우주로.
하지만 이런 재미있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만큼 힘을 쓰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근육은 퇴화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근육이 슬금슬금 없어져 뼈만 남게 될 것이다. 마치 외계인처럼. 이 외계인이 지구에 돌아온다면 그 역시 무척 힘들 것이다. 더 강해진 중력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데 더 큰 힘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그 중력의 힘으로 땡땡한 피부가 쭈글쭈글해질 수 있고 다리가 짧아질 수도 있다. 마치 영화 ‘ET’ 속 주인공처럼.
그래도 우주호텔에 도착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분명 감동일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마음. 암흑의 우주에서 유일하게 파랗게 숨 쉬고 있는 지구를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그 지구에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평범한 일상이 있고. 지구에서 살았던 의미를 가슴속 깊이 느낄 것이다. 또 ‘지구에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2027년이라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