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1.5㎜ 다리 8개 완보동물 20일 차세대중형위성과 함께 떠나 생존기간-활동 모습 등 관찰 계획 태양 코로나 관측 큐브위성도 발사
몸길이가 1.5mm를 넘지 않는 ‘물곰’은 다리 8개 달린 완보동물(緩步動物)이다. 언뜻 보면 곤충에 가깝지만 생김새가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곰 같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몸집은 작지만 치명적인 방사선은 물론이고 영하 273도의 극저온이나 영상 151도의 고온에도 끄떡없다. 이런 물곰 100마리가 국내 대학원생과 대학생들이 만든 초소형 위성을 타고 우주로 향한다.
20일 오전 11시 7분(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소유스 2.1a 로켓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 1호와 함께 ‘큐브위성’ 3기도 실려 우주로 향한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 10cm를 한 단위(1U·U는 유닛) 크기로 하며 초소형 위성으로도 부른다. 이들 3기는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최한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으로, 이번에 우주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조선대와 연세대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큐브위성 ‘KMSL’은 물곰 생육실험과 화염 전파실험을 한 위성 안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조선대 제공
박상영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큐브위성 ‘티몬’(1U급)과 ‘품바’(2U급)도 이번에 함께 우주로 향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속 미어캣(티몬)과 멧돼지(품바) 캐릭터처럼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태양의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를 관측할 예정이다. 태양 코로나는 지구와 달, 태양이 일직선이 되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 때만 지상에서 잘 보인다. 두 위성은 고도 550km에서 인공 일식을 만들어 코로나를 관찰한다. 품바가 태양광 차폐막을 펼쳐 인공 일식을 만들면 티몬이 품바 너머로 나타나는 코로나를 관측한다.
두 위성이 팀워크를 발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두 위성은 로켓에서 떨어지며 서로 2000km 이상 떨어진 거리까지 분리된다. 이후 40m 거리까지 접근하기 위해선 어려운 궤도 조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태양의 코로나를 우주에서 촬영한 첫 사진을 얻으려면 5월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영 교수는 “랑데부까지 성공하면 8부 능선은 넘은 셈”이라며 “10∼20분 편대비행을 유지하면 기술 시연에 성공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소형 위성은 처음에는 교육용 임무를 위해 개발됐지만 점차 기술이 발달하며 지금은 지구 관측 등 다양한 상용 분야에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열린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도 위성 발사를 통해 얻은 경험을 살려 관련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에 티몬과 품바 위성 온보드 컴퓨터를 제작해 납품한 ‘나라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의 박재필 대표 역시 2011년 1회 대회 입상자다. 박 대표는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초소형 위성이 꾸준히 개발되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