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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이 날 먼저 때렸다” 막대기로 반격 나선 할머니 (영상)

입력 | 2021-03-19 23:30:00

백인 남성, 베트남인 이어 중국계 미국 할머니 폭행



중국계 미국인 셰샤오전 씨가 백인 남성에게 폭행당한 후 하소연하고 있다. ‘KPIX-TV’ 방송 화면 캡처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계 미국인 할머니가 자신을 폭행한 백인을 똑같이 응수한 사연이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26년간 살아온 중국계 미국인 셰샤오전(謝蕭珍·76) 씨는 전날 오전 10시 30분경 샌프란시스코의 자택 부근에서 산책하던 중 30대 백인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목격자 진술에 의하면 이 남성은 셰 씨를 폭행하기 30분 전 인근 상점에서 83세 베트남인을 일차적으로 폭행했다. 그는 보안요원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마주친 셰 씨에게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셰 씨는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중국인’이라 소리쳤다”며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격을 받고 주저앉은 셰 씨에게 남성은 또다시 달려들었고, 셰 씨는 ‘절대 나쁜 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주변에 있는 나무막대기를 집어 들고 반격에 나섰다.

‘KPIX-TV’ 방송 갈무리


현지 언론 ‘KPIX-TV’가 공개한 사건 직후 영상을 보면 입에서 피를 흘리는 백인 남성은 수갑을 찬 채 들것에 실렸다. 셰 씨는 한 손에 나무막대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 얼음주머니를 얼굴에 댄 채 울면서 광둥어로 “왜 나를 때렸느냐”고 하소연했다.

이후 셰 씨는 병원 치료 후 귀가했지만 눈 주위에 피멍이 드는 등 상처가 여전히 심각하고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에 의한 범죄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셰 씨를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고 펀드 미’ 캡처



온라인에서는 셰 씨 할머니의 용감한 대처를 칭찬하면서 용의자를 비난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모금 웹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서는 셰 씨를 위한 기부금 모금도 진행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올해 초에도 84세 태국계 남성이 19세 청년의 공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 있었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마사지숍과 스파 등 3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살자 중 한국계 4명을 포함한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