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열정 일에 대한 사명감 있다면 ‘죽음의 계곡’ 만나도 흔들리지 않아 어려움에 휘청거릴 때마다 되새기자 ‘나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가’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다행인 것은, 그동안 함께 일했던 협업 부서에서 그를 계속해서 찾는다는 것, 그의 제안에 따라 시도한 일들이 성과가 좋다는 것, 계속 그에게 기획서와 제안서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너무 억울하고 이제 고참이라 진급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내가 말했다. 최악은 아니네, 희망이 있네. 일하는 사람에겐 일이 핵심이자 ‘빽’인데 계속해서 찾는 이가 있고 일이 이어진다는 건 기회가 있다는 뜻이라고. 또 직급은 시간 앞에선 큰 게 아니니 계속 너를 찾고 이름이 불릴 수 있도록 성과를 내며 너의 시간을 기다리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하는 사람에겐 일이 구원이라고. 그러니 흔들리지 말고 일에 집중해 꾸준히 퍼포먼스를 내라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겪을 법한 일인데 여기서 잠깐 화제를 돌려 스타트업 얘기를 해보자. 정확히는 ‘투자자들은 수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일에 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2019년 코엑스에서 열린 ‘360° Seoul’ 행사에서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창업자가 문제에 얼마나 꽂혔느냐가 중요하다. 창업 초기엔 누구나 열정적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창업 후 3∼5년이 되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져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 창업가가 얼마나 이 문제에 꽂혀 있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창업자가 끝까지 해결책을 찾아나갈 준비가 돼 있는지를 본다”라고. 또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설립자는 ‘팀’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팀이 핵심 역량을 갖췄는지를 보는데 보통 세 가지를 꼽는다. 시장과 사람, 사명감이다. 투자를 못 받더라도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는 사명감이 엿보이면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투자는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곧 선거다. 재·보궐선거지만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르는 큰 선거다. 각 당의 후보들은 무슨 마음으로 이 일을 하겠다고 뛰어들었을까? 무얼 보고 뽑아야 제대로 된 시장을 가질 수 있을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투자자의 입장이 되어 어떤 인물에게 투자할지를 기준으로 투표하면 어떨까? 제발 딴마음 먹지 않고 일에 열심인 시장이 당선되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같은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