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이마트 반(反)쿠팡 동맹 결성, 11번가·티몬도 상장 준비
3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쿠팡 로고와 함께 태극기, 성조기가 게양돼 있다. 뉴스1
쿠팡의 미국 상장으로 한국 유통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쿠팡은 3월 11일(현지 시각)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했다.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100조 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공모가는 35달러. 총 1억3000만 주를 공모했다. 기존에 발표한 공모 규모보다 1000만 주 늘어났으며, 구주 매출(2000만 주)을 제외한 신주(1억1000만 주)로 조달한 자금은 38억5000만 달러(약 4조3250억 원)에 달한다.
e커머스 시장의 성공 열쇠가 ‘실탄 확보’에 달린 만큼 업계는 쿠팡 상장이 적잖은 파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 쿠팡은 이번에 조달한 신규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를 펼칠 방침이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전국 7개 지역에 1조 원을 투입해 풀필먼트센터(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 관리 시스템)를 증설할 계획이다.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완벽히 정착시키려면 도심과 가까운 곳에 물류센터가 필요하다.
현재 쿠팡은 전국에 170여 개 물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미식축구장 40여 개를 합한 230만㎡ 규모로, 한국 가구의 70%가량이 쿠팡 물류시설로부터 10km 이내에 있다. 향후 쿠팡은 물류센터 설립을 위해 약 330만5785㎡(100만 평) 부지를 매입하고, 이를 통해 2025년까지 한국 가구 전체를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km 이내에 두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1위 굳히기 나선 네이버
경기 고양시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 외관. 뉴시스
업계는 1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만난 것을 두고 두 회사가 e커머스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쇼핑 및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하며, 42만 개 스마트스토어를 보유하고 있다. 단, 유통과 물류에 대한 목마름이 컸는데, 이번 동맹으로 이마트가 가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 일환으로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이마트가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는 홈플러스와 GS프레시몰, 농협하나로마트, 동네시장, 백화점식품관 등이 들어와 있다. 홈플러스와 GS프레시몰을 통해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트가 입점하면 신선식품 배송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역시 네이버 장보기 입점을 통해 플랫폼 확장을 꾀할 수 있다. SSG닷컴 단독 몰 외에도 네이버로 판로를 확대해 오픈마켓에 대한 갈증을 풀고, 궁극적으로 시장점유율 또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네이버쇼핑 데이터베이스와 기술력 활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티몬 하반기 상장 예정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쿠팡 경영진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첫날인 3월 11일(현지 시각) 상장을 기념해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AP
그동안 쿠팡과 함께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혀온 다른 e커머스업체들의 상장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먼저 티몬은 지난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전인천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는 등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달에는 30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자본결손금을 정리했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증시에 상장한 첫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티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라며 “멤버십 서비스가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가량 느는 등 업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1번가도 SK텔레콤의 2018년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5년 내 상장”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그 밖에도 신세계그룹 SSG닷컴, 마켓컬리 등이 상장 유력 업체로 꼽힌다. e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상장이 온라인 유통업계 전망에 대한 시각을 호의적으로 변화시킨 건 확실하다”면서도 “누군가 점유율을 높이면 누군가는 그만큼 시장을 내줘야 하는 만큼 e커머스업체 간 자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