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1.3.18/뉴스1 © News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열린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수사지휘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수사팀 검사들의 위증 교사 의혹도 수사할 수 없게 됐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조만간 회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내린 뒤 법무부에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박 장관이 ‘불기소’ 의견을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수사지휘가 ‘헛심’으로 끝난 셈인데,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겨냥한 ‘합동감찰’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행은 아직 박 장관에 공식적인 보고를 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총장 대행이 결심을 해야할 문제이고, 아직 공식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박 장관이 ‘불기소’ 결론을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지난 17일 수사지휘를 내릴 때만 해도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날 퇴근길에선 ‘회의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박 장관은 “제가 중시한 건 과정”이라며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의 의견이 ‘얼마나 무게있게 받아들여졌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때문에 조 대행이 최종 보고를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수용하기보다 한 부장과 임 부장검사에게 얼마나 충분히 의견 개진 기회를 줬는지, 불기소 결정을 내린 이유 등을 모두 고려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합동 감찰 지시는 한 전 총리 수사 당시 비위사실을 밝혀내라는 취지로 이뤄졌다. 이미 징계 시효 3년이 지나 비위를 발견해도 징계를 할 순 없지만 수사관행 개선에 의미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헀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심각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장관이 주의나 경고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기소’ 의견이 단 2표에 그치는 등 수사지휘 권한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강경 행보는 검찰 내 반발을 키울 수 있다. ‘소통’을 강조해온 박 장관으로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고조된 법무부-검찰 갈등이 재발 가능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행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검찰도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라며 “10년이 지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게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