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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K9 조롱한 中 ‘자주포 국뽕’ 실체

입력 | 2021-03-21 10:20:00

인도의 대(對)중국 ‘결전병기’ 한국산 K9…PLZ-05는 포신 요동쳐 사격 오차 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디펜스가 공동 개발한 K9 자주포.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K9 자주포는 한국 방위산업 역사상 최고 걸작이다. 기본기가 탄탄해 세계 자주포 중 최상위권 모델로 꼽힌다. 수출시장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터키는 한국으로부터 기술·부품을 수입해 현지화 버전 ‘T155’를 생산 중이다. 호주(30문), 폴란드(차체 100대), 인도(100문), 핀란드(48문), 에스토니아(12문), 노르웨이(24문) 등 세계 각국이 K9을 도입했다. 최근 100문을 전력화한 인도의 반응이 특히 좋다. 인도는 ‘큰손’이지만 방위산업체들이 협력을 꺼린다. 관료·기업가 비리가 만연하고 업무 처리 속도도 느리다는 악평이 자자하다. 자체 생산 능력이 떨어져 멀쩡한 무기 모델도 ‘인도 현지 생산’ 딱지가 붙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K9을 개발한 한화디펜스가 인도 자주포 사업을 따냈을 때도 우려가 쏟아졌다. 사업 관리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도를 사업 파트너로 삼으면 납기 지연과 제품 불량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화디펜스는 당초 일정보다 빠르게 K9을 납품했고 불량률도 낮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라즈 나트 싱 국방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인도 현지 K9 생산 라인을 찾아 만족감을 드러냈다.

K9 향한 인도 국민의 기대

중국북방공업이 개발한 PLZ-05 자주포. 포탄 발사 시 차체가 심하게 요동친다. [중국 CCTV 캡처]

인도 정부는 K9을 분쟁 가능성이 높은 인도-중국 국경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인도 군사 전문가와 국민은 무력 충돌 시 K9이 중국 인민해방군을 격파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중국 최대 군사 전문매체가 인도의 K9에 대한 기대감을 조롱하는 특집기사를 냈다. 3월 5일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나웨이보(新浪微博)’의 군사 전문 페이지 ‘시나(新浪) 군사망’은 “인도가 최근 배치한 K9 자주포는 중국의 신형 자주포에 비해 훨씬 성능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K9의 ‘종이 제원(카탈로그 데이터)’만 우수할 뿐 실제 성능은 떨어진다는 비난이었다. 

이 기사는 “K9은 중국산 PLZ-05 자주포보다 사거리와 발사 속도, 탄두 중량에서 열세다. 가장 큰 단점은 신뢰성이 낮다는 것”이라며 “K9은 실제 포격전에서 긴 사거리와 높은 성능을 전혀 구현하지 못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6문 중 절반이 파괴됐는데, K9을 파괴한 것은 북한의 구식 견인곡사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가 K9을 구매한 것은 순전히 한국이 반도체·자동차 생산 기술을 제공한 덕분”이라는 억측을 내놨다. 

중국 매체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 K9 진지를 타격한 것은 76.2mm 견인포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강력한 122mm 방사포였다. 또한 방사포 포격으로 파괴된 K9은 단 1문도 없었다. 당시 연평도에 배치된 K9 6문 중 1문은 사격 훈련 중 발생한 불발탄 처리 문제로 정비 중이었다. 나머지 5문 가운데 2문이 방사포탄에 일부 피해를 입었다. 그마저도 1문은 몇 분 만에 수리를 마치고 포격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한국군은 K9 4문으로 북한군을 타격했다. 북한군 방사포 진지를 공격한 K9의 탄착군 분석 결과 실제 성능이 카탈로그 데이터보다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 등이 한국의 반도체·자동차 기술 제공 때문에 K9을 구매했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터키는 K9 부품과 기술을 함께 도입했으며 호주,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에서는 독일 PzH2000 등과 경쟁을 벌여 선정됐다.

中 군사 전문매체 K9 비방, 모두 거짓

중국 매체의 주장 중 가장 황당한 것은 PLZ-05 성능이 K9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PLZ-05 개발사 중국북방공업(NORINCO)은 PLZ-05가 15초 동안 ‘1문 TOT’(Time On Target: 1문의 화포가 3발의 포탄을 각각 다른 각도로 사격해 표적을 동시 타격하는 것) 사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으로 중국 측이 공개한 PLZ-05 훈련 영상을 보면 ‘100% 과장’임을 알 수 있다. PLZ-05는 포탄을 쏠 때마다 차체가 심하게 요동친다. 사격 반동을 상쇄하는 주퇴복좌기(run-out cylinder)와 차체의 서스펜션 성능이 형편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포 발사 때 포신이 위아래로 요동치면 탄착군이 크게 벌어진다. 오차가 최대 수km에 달할 수도 있다. 

중국군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PLZ-05 자주포를 단 300여 문 구입했다. 중국군이 보유한 화포 2000문 가운데 7분의 1을 조금 넘는다. 수출시장은 물론, 자국 군대에게도 홀대받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는 K9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중국 군사 전문매체의 빗나간 ‘국뽕’에 각국 군사 전문가의 조롱이 쏟아지는 이유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8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