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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이름에 붙은 ‘봉’은 봉수서 유래

입력 | 2021-03-22 03:00:00

“일제강점기의 한자 표기 바꿔야”






제주의 오름 이름에는 ‘봉’이 많이 들어간다. ‘봉우리 봉(峯)’자를 쓰고 있는데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보통 봉우리는 육지처럼 산맥이 이어지거나 능선이 있는 산의 우뚝 솟아난 곳을 지칭하는데, 제주의 오름은 독립된 산 또는 악(岳)이기에 봉을 붙이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봉 글자가 붙여진 오름은 과거에 대부분 봉수(烽燧)가 있었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 고지도의 한자 표기를 통해서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1703년 탐라순력도(보물 제652-6호)에는 ‘고내망’ ‘수산망’ ‘남산망’ 등 봉수가 있는 오름 명칭에 멀리 내다본다는 뜻의 망(望)이 표기됐다. 봉수가 있었던 일부 오름 별칭이 ‘망오름’으로 불리는 근거다. 망 호칭은 18세기 여지도, 호남전도에도 보인다.

18세기 중반 제주삼현도에서는 ‘고내봉’ ‘수산봉’ ‘남산봉’ 등이 횃불을 뜻하는 봉(烽)을 썼다. 1872년 제주삼읍전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고지도에서 이 같은 봉(烽)으로 기재했다. 그러다가 1899년 제주군읍지에 봉(峯)이 등장하고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5만분의 1 지도에는 토산봉 삼매봉 자배봉 남산봉 등 봉수가 있었던 오름의 명칭에 모두 봉(峯) 명칭이 붙여졌다.

일제강점기 표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봉수가 있었던 오름의 원래 표현인 ‘횃불 봉(烽)’으로 바꿔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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