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잡코리아 직장인 882명 조사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팀장(47)은 지난해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 제한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다소 어색했다. 평소 술자리를 즐기는 데다 업무 특성상 저녁 약속도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코로나 통금’에 익숙해졌다. 오후 8시 반이면 음식 주문이 마감돼 자연스럽게 자리가 정리되는 점도 편리했다. 김 씨는 “모든 저녁이 1차에서 끝나는 게 얼마나 깔끔한지 알게 됐다”며 “이제는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제한한 지 4개월째, 동아일보와 잡코리아가 20∼40대 직장인 88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통금 관련 인식’을 설문 조사한 결과 통금 조치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사람은 전체의 37.3%로, 부정적이라고 본 사람(29.1%)보다 많았다. 코로나 통금이 ‘매우 좋다’고 응답한 비중도 전체의 15.4%에 이르렀다. 코로나 통금이 심야 회식이 많았던 직장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통금을 반기는 이들 중에는 40대가 특히 많았다. ‘코로나 통금이 만족스럽다’고 답한 40대 응답자 비중은 44.3%로 20대(28%)와 30대(32.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국의 40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기 시간이 늘어난 점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셈이다. 설비업체에서 일하는 강모 차장(41)은 “저녁 약속 있을 때마다 아내가 날카로워졌는데 요즘은 늦어봐야 오후 10시 전에는 귀가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며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자리를 정리할 수 있고 술도 덜 먹게 돼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젊을수록 통금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대는 42%가 불만을 나타냈다. 불만의 이유로 ‘개인적인 친목을 위한 모임이 감소한다’(54.5%)는 점을 많이 들었다. 박주영 씨(28)는 “일주일에 한 번 러닝 동호회 사람들과 뛰고 맥주 마시는 게 낙이었는데 모임을 못 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30대는 32.3%가 통금에 불만을 드러냈다. 주된 이유로 ‘퇴근 후 술 한잔과 같은 스트레스 해소 기회 감소’(60.2%)를 꼽았다. 이모 씨(33)는 “동료들과 친해질 기회가 줄었다”고 말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회적 활동에도 에너지를 많이 들여야 했는데, 이런 활동이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는 더 문제되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늘었다”며 “시간을 제한하는 환경 안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루틴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