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바이든 “블링컨이 자랑스럽다”… 中선 ‘美에 맞선 양제츠’ 띄우기

입력 | 2021-03-22 03:00:00

알래스카 강대강 회담 후폭풍



회담장 나서는 美-中 대표단 19일(현지 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위쪽 사진 왼쪽부터),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아래쪽 사진 왼쪽)과 왕이 외교부장(아래쪽 사진 오른쪽)이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을 나오고 있다. 양국은 18, 19일 앵커리지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고위 관계자의 대면 만남을 가졌지만 인권 문제 등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며 공동성명 등을 내놓지 못했다. 앵커리지=AP 뉴시스


1박 2일간의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은 주요 현안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수위로 충돌하면서 양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은 선택의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전날 두 차례 회담에 이어 이날 오전 세 번째 회담까지 모두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중국과 공유하기를 원했고 우리의 정책과 우선순위, 전 세계의 시각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알리기를 원했다”며 “우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했다”고 했다. 당초 목표했던 대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 삼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 중국과 특정 사안에 합의하거나 협력할 공통 분야를 확인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공동성명이나 언론 발표문도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검토가 진행 중인 대중국 정책에 이번 회담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중국과의 관계는 △경쟁적 △협력적 △적대적이라는 3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게 블링컨 장관의 설명이었지만, 이번 회담으로 적대적인 분야에서의 충돌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양측의 공개 충돌이 보도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틀랜타로 가는 길에 관련 질문을 받고 “국무장관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미국의 대중 강경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확인하는 발언이었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차이점도 여전히 있지만 양측은 ‘무갈등’ 정책에 따라야 한다”며 향후 추가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은 막상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외교 ‘투 톱’인 양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미국에 맞서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 환추시보는 20일자 사설에서 “이번 회담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한 장면이다. 세계인들은 중국이 미국과 공개적으로 맞대결한 한 장면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환추시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몰락하는 미국이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강한 척하려 했던 회담”이라며 “중국을 막겠다는 것은 환상이고,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것은 몽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 외교관들의 강력한 말들이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며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에 외교관의 강경 발언이 새겨진 포스터 등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21일 중국 전자상거래 앱인 타오바오 등에는 ‘중국인에게 이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 ‘미국은 우리에게 말할 자격이 없다’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와 휴대전화 케이스 등이 판매되고 있다. 양 정치국원과 왕 외교부장이 회담에서 쏟아낸 발언들이다.

미국 언론도 예상외로 강하게 나온 중국 측 태도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측이 보인 태도에 대해 “미국의 외교적 압력에 굽히지 않는 전투적인 중국을 보여준 이례적 적의”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의 극적인 대치는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워싱턴이 추진하는 대중 정책 방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외교 무대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 혼란스러운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양측의 충돌은 미중 양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력 전망도 밝지 않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우리(미중)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외교 이슈”라고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와 북한의 핵무기 등 협력할 여지가 있는 분야에서조차 협력할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