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상식-정의 무너지면 사회 유지 안돼”… 尹 “새겨듣겠다” 尹 요청에 金 자택서 2시간 면담 金 “내편에서만 찾으면 인재 안나와…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중요” “尹 정치 지향점 보여준 만남” 관측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행보는 원로학자 김형석 명예교수의 자택방문이었다. 지난 4일 사퇴수리된 후 대검찰청을 떠나는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찾아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61)에게 ‘상식’과 ‘정의’를 많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4일 퇴임 후 칩거하다 첫 외부 일정으로 김 명예교수를 찾자 “현실 정치 참여를 앞둔 윤 전 총장의 구상과 의중이 처음으로 드러난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김 교수 “인재, 전문가들과 함께하라” 조언
김 명예교수는 인재, 전문가들과 함께하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흔히들 ‘야당에 인재가 없다’고 하는데, 인재는 야당에만 없는 것도 아니고 여당에도 없다”며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울타리 안에서 내 편 안에서만 하면 인재가 안 나온다, 그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는 “애국심이 없이 정권만 욕심내는 건 안 된다”며 “나를 희생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그런 사람은 애국심만 있으면 괜찮다”고도 했다.
○ “김 교수의 말씀은 평소 윤 전 총장의 생각”
1920년생인 김 명예교수는 저서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인생 경륜을 전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저는 살 만한데 나라가 걱정”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언을 했다. 윤 전 총장 측의 한 지인은 “윤 전 총장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만남인 것 같다”며 “얼치기 전문가나 진영론자들이 아니라 이 나라 ‘진짜 인재’들, ‘진짜 전문가’들과 함께 상식과 정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김 명예교수의 말씀은 평소 윤 전 총장이 생각해온 바 그대로”라고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4일 총장직을 던지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치인들 대신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김 명예교수에게서 조언을 들은 건 사실상 정치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100년을 넘게 살면서 시대정신을 강조해온 김 명예교수가 정계 진출 선언을 앞둔 윤 전 총장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명예교수는 “내가 볼 때는 어디 가서 터놓고 얘기할 데가 없는데 오랜만에, 처음으로 교수님을 만나니까 시원하게 털어놓는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