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18, 19일 열린 이번 회담은 난타전으로 마무리됐다. 양국은 인권 무역 기술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부문에서 격한 공방을 벌였다. 공동 발표문도 없었다.
미중이 첫 만남에서 공개 설전까지 벌일 정도로 강하게 충돌하면서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미중 갈등이 범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하자 중국도 패권국을 향한 힘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받아친 모양새가 됐다.
미중이 양보 없이 부딪치면서 한국은 외교적으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방한·방일 과정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들었다”고 회담장에서 말하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에) 직접 불만을 제기한 것인지 모르겠다. 미국만의 시각은 아닌가?”라고 되받으며 동맹 간 틈새 벌리기에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8일 “한국은 미국 주도의 아시아 동맹에서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일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이 언급됐지만 방한 공동성명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아 한미동맹 약화 우려를 키운 바 있다. 그동안 미중 갈등에 이도 저도 아닌, 줄타기 외교를 하다가 한국이 미국 주도 동맹의 가장 약한 취약지점으로 꼽히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중이 북한 문제처럼 협력이 필요한 의제에 대해 교감을 나눴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그동안 미중 관계가 안 좋으면 북-미 관계도 진전을 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미중이 북핵 논의를 시작한 만큼 이를 공유하며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3년 전 봄날’ 같은 꿈과 이상에 취해 북한에 일방적으로 매달려서는 안 된다. 이를 통해 미중 격랑 속에 동맹의 ‘약한 고리’가 아닌 ‘강한 고리’가 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