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해 임금협상 난항… “업계 최고 자부심 깨져” 실망
현대차도 보상체계 불만 목소리
업계 “인사-보상 이끌던 대기업… 새로운 세대 요구 반영 못한 결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기존 주요 대기업이 정보기술(IT)발 ‘파격 보상’에 상대적으로 밀리면서 직원들 사이에 보상체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고 인재들에 대한 파격적 보상의 주도권이 주요 대기업에서 ‘판교 IT·게임 기업’들로 전환되는 데 따른 현상이란 해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월부터 시작한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통상 3월 초 임협을 타결하고, 인상분을 3월 21일 월급날 지급해 왔지만 인상분 지급이 미뤄졌다. 노측이 6.36%, 사측이 3% 안팎을 제시했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성과급 논란에 이어 IT기업발 ‘전 직급 연봉 2000만 원 일괄 인상, 신입 연봉 6000만 원’ 등 파격적인 보상에 삼성전자가 밀리고 있다는 반발, 고위 임원진과 직원의 임금 격차에 대한 불만 등이 더해져 내부 반발 분위기가 확산된 탓이다. 삼성전자 사내 익명 게시판에 한 부장급 직원이 실명으로 임금체계를 비판한 글에 공감 수가 5000개 이상 달리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가전사업부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 달성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초과실적성과급(OPI)이 스마트폰(50%), TV(50%)에 못 미치는 ‘연봉의 37%’에 그치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올해 15년 차인 삼성전자 직원은 “과거에 ‘업계 최고 대우 삼성맨’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대학생이 가고 싶은 기업 1위’, 복지제도에서 밀리더니 연봉도 밀리는 분위기에 좌절감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은 1990년대 해외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는 지역전문가 도입에 이어 2000년대 S급 인재 성과주의 등 파격적 보상과 복지제도로 재계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엔 ‘대졸 초임제 폐지’, ‘주 4일 근무’, ‘연봉 2000만 원 일괄 인상’ 등 새로운 트렌드가 신흥 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10년 장기근속 포상의 경우 삼성전자는 ‘휴가 3일+50만 원’인데 지난해 발표한 엔씨소프트의 10년 근속 포상은 ‘휴가 10일+1000만 원’이다.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 온 현대차의 지난해 1인당 급여(8800만 원)는 네이버(1억248만 원), 카카오(1억800만 원)에 밀렸다. LG전자도 8600만 원에 그친다.
4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여전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연봉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대기업이 성과에 따른 파격 보상, 자유로운 조직문화 등 새로운 세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1등 자부심을 되살리고 싶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