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생명 흔적을 찾아 나선 로버(이동형 탐사로봇) 퍼시비어런스.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며 지구에 보낼 첫 화성의 흙을 채취할 예정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생명체 살기에 척박한 환경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만든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이 만들어지면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여행 시기도 좀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AP 뉴시스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 도중 사고 때문에 남게 된 우주비행사의 생존기를 그렸다. 이 우주인이 홀로 남게 된 이유는 화성을 휘몰아친 폭풍 때문인데, 실제 화성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비록 탐사선 ‘퍼시비어런스’가 화성의 바람 소리를 낚아챘지만, 지구와는 달리 아주 약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공기가 희박한 탓이다. 즉 화성에는 사람을 날려 버릴 만한 바람은 불지 않는다. 땅 속에도 철을 머금고 있는 지구는 무겁지만, 화성은 지구에 비해 너무나도 가볍다. 무거운 지구는, 많은 양의 공기를 끌어당겨 표면 근처에 잡아둔다. 산소호흡기 같은 게 없어도 숨을 쉴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화성의 가벼움은 공기뿐 아니라 물도 가두어두지 못한다. 지구에서의 바람은 에너지를 옮기는 역할도 한다. 따뜻한 적도의 에너지를 차가운 극지방으로 보내어 지구 곳곳의 에너지 순환을 돕는다. 하지만 화성의 바람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높은 산에 올라가서 밥을 하면 설익는다. 기압이 낮아서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 정상보다도 훨씬 낮은 기압을 가진 화성에서는 우리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물이 끓는다.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화성을 걷는다면 체온에 따뜻해진 몸속의 물이 끓어버린다.
○ 화성 우주기지 건설의 꿈
화성이 지구와 비슷한 것도 있다. 하루의 길이는 지구와 비슷하다. 지구와 화성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정도도 비슷하다. 비록 지구와 화성에서의 1년의 길이는 다르지만, 계절이 변하는 주기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푸른 지구의 붉은 석양과 달리, 붉은 화성의 석양은 푸른색이다. 이 또한 화성의 흙과 바람 때문이다. 가벼운 화성의 얇은 대기층에서는 파장이 짧은 푸른색의 빛만 산란한다.
그동안 로켓은 일회용이었는데, ‘스페이스X’는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을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게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로켓 비용을 절약해 우주여행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만 쓸 수 있는 로켓은 편도여행만 가능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은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화성에 우리가 숨쉴 산소는 없지만, 우주선 연료로 사용할 메탄은 구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화성으로 날아간 우주선이 다시 연료를 채우고 지구로 돌아오면 된다.
○ 우리가 꿈꾸며 만들 화성의 미래
퍼시비어런스는 우리가 화성에 갔을 때 위험한 것은 없을지 탐색한다. 퍼시비어런스는 드론(Ingenuity·독창성)도 한 대 싣고 갔다. 자기장이 없는 화성에서는 나침반을 사용할 수 없어 태양의 위치를 추적하여 길을 찾는다. 희박한 대기 탓에 드론은 더욱 가벼워져야 하고 프로펠러는 더욱 빨리 돌아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화성 개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 화성에 발을 내딛는 최초의 인류를 볼지도 모른다. 화성에 마을을 만드는 것은 50년 혹은 10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지금은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로켓의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힘찬 불줄기와 함께 불의 행성, 화성까지 한달음에 갈 것이다. 지금 화성의 물과 흙, 바람은 인류가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미래는 열려 있다. 화성의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꿈꾸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