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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조만간 공식 발간할 예정인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한국 고위공직자의 성추행 및 부패 사례들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36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동맹인 한국의 인권 관련 문제 사례들을 세세히 명시했다.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한국 편의 ‘차별, 사회적 남용 및 인신매매’ 중 성희롱 부분에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을 언급했다. 박 전 시장이 2017년부터 여비서에게 동의 없이 반복적인 신체 접촉을 하고,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는 고소장 및 언론 보도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사건이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종결됐지만, 여성인권 운동가들과 원고 측 변호인이 철저한 수사를 계속 요구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전했다.
보고서는 이어 오 전 부산시장의 성희롱 사건을 언급하면서 “성희롱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고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직을 포함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난해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터진 성희롱 사건도 거론됐다. 보고서는 “여성단체들은 처벌이 사안의 심각성에 비례하지 않는다”며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항목에서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가 명예훼손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례를 거론했다. 고 전 이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이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것에 대해 “보수 NGO들은 이를 정치적 결정이며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고 썼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복원 및 관계 강화를 천명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의 부패와 성희롱, 언론 자유 등 문제가 세세히 언급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방침에도 그만큼 비중을 싣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를 매년 봐 왔지만 동맹국의 문제 상황에 대해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앞으로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권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