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과 인연…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
김형석 교수 "큰 일해야 한다"며 덕담
퇴임 전 남긴 책에선 '부패수사' 강조

퇴임 후 외부 행보를 자제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일 뿐, 정치적 행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김 교수와 2시간가량 만남을 가졌다. 1920년생인 김 교수는 1세대 철학자로 ‘백년을 살아보니’ 등 저서를 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과 김 교수는 덕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앞으로 훌륭한 일을 많이 하라’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오랜기간 함께 근무한 사이이며, 윤 전 총장 본인도 어릴 때부터 김 교수를 알고 지냈고 자주 인사를 드리던 사이라고 한다.
윤 전 총장 측근은 “큰 의미를 두고 학계 거두를 만난 게 아니다”라며 “요즘 주변에서 만나달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액션을 취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다 거절하고 칩거하던 차에 어른에게는 퇴임했으니 인사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해서 인사하고 덕담도 들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퇴임 전 검찰 구성원들에게 권력의 부패에 관해 우직하게 수사를 이어나가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지난해 7월 미국의 유명한 검사인 고(故) 로버트 모겐소의 전기를 제작한 바 있다.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지난 12일부터 일선 검찰청에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겐소는 미국 뉴욕검찰청 검사장으로 근무하며 각종 대형 부패범죄를 수사해 이름을 날린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윤 전 총장은 퇴임 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겐소를 언급하며 검찰의 수사권 폐지를 반대하기도 했다.
이어 “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 검사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모겐소는 거악 척결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판사, 정치인, 대기업 등 거대 사회경제 권력의 부패에 대해 우직하게 수사를 이어나갔다”고 얘기했다.
윤 전 총장은 “무모하다고 비춰질 수도 있는 그의 법집행 의지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역사회와 시장경제에서 법치주의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며 “모겐소가 일평생 추구한 검사의 길이 우리나라 검사들에게도 용기와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