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vs 조카 박철완 상무
26일 주총서 이사 선임 등 표대결

감사위원은 기업 경영진이나 지배주주 일가의 직무와 도덕적 해이 등을 감시하고 기업 내부 회계 등 살림살이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원래 감사위원은 이사회에서 선정됐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상법이 개정되면서 감사위원 1명은 반드시 이사와 별도로 선임해야 한다. 대주주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사회에서 분리 선임해 독립적인 위치에서 대주주 견제와 그룹 감시를 하라는 게 법 개정 취지다.
따라서 적어도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는 회사 지분 구조에 따라 최대주주가 아닌 2, 3대 주주가 지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위원은 기업 자금 흐름과 경영 전반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2, 3대 주주로서는 일단 감사위원 자리만 확보해도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교두보를 차지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박 회장 측은 본인 지분(6.69%)과 아들인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 등의 지분을 더해 14.84%를 가지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는 10.00%가 전부다. 하지만 최근 우호세력으로 모친 김형일 씨(0.08%)와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5%)이 합류했다. 박 상무는 박 회장 형인 고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장인 허 회장은 고 허만정 LG그룹 공동 창업주의 아들인 고 허신구 전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단순 지분 합산에서는 박 상무가 밀린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숨은 표심 때문에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8.2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나 현재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기관투자가 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보통 기관투자가들은 의결권 자문사들이 내놓는 의견을 토대로 주총에서 표를 행사한다. 그런데 자문사끼리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박 회장 측 제안 안건을 전부 찬성했다. 하지만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박 상무 측 손을 들어줬다. 외국계 주요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박 상무 안건에 더 많은 찬성을 권고했다.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 모두 금융사와 주요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막판 설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