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정치부 차장
실제 4차 재난지원금 등 현안을 둘러싸고 꾸준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견제해 온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제 대선 출마 선언 시점만 고르고 있다. 2019년 말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최근 이 지사 때리기로 재등판했다. 연일 페이스북에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그의 행보에 재·보궐선거 직후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도 이르면 상반기 안에 대법원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긍정적 결론이 나오지 않겠냐는 ‘희망회로’를 돌리며 이 지사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현직 장관들도, 의원들도 제각각 ‘눈치게임’ 중이다.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 저를 던져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또 그런 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지난해 12월 인터뷰)라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사실상 ‘대선 출정식’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직후부터 ‘윤석열 잡을 적임자’ 프레임을 내세워 덩달아 떠들썩하다. 강원 출신의 이광재 의원은 민주당 부산시당 미래본부장을 맡아 외연 확장에 나섰고 서울시장에 불출마한 박주민 의원은 대선 직행을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들에 앞서 김두관 박용진 의원은 진즉 출마 선언까지 마쳤다.
문제는 친문도, 비문도 아닌 평범한 국민 입장에선 이들의 고민이 모두 어처구니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1년도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친문 눈치만 보고 있다. 이럴 거면 174명 민주당 의원 모두 출마해 ‘174룡(龍)’을 띄워도 될 지경이다. “제3의 후보를 옹립해야 한다”고 서슴없이 얘기하는 친문들의 오만함도 불편하다. 자신들이 밀어줘야 후보가 된다고 믿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여러 인물이 등장해 이미 식상해진 선거판을 흔들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스스로 주인공이 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유권자로서 사양하고 싶다. “문재인 보유국” 등 낯 뜨거운 ‘친문 자랑’은 이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질리도록 봤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