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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의 심장과 신장은 ‘운명 공동체’[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입력 | 2021-03-24 03:00:00

심(心)-신(腎) 당뇨합병증
당뇨환자 3명 중 1명 신장 이상
신장기능 떨어지면 심장에 무리
발병 초기부터 적극 관리해야



동아일보DB


당뇨병은 병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다. 한번 당뇨병성 합병증이 생기면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삶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85%는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가지고 있다. 합병증 위험이 높은데 특히 지난 10년간 당뇨병 환자에서 심부전과 신장 질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심장과 신장 관리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언뜻 심장과 신장은 진료과가 달라 관련이 적어 보이지만 두 기관은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신장은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의 약 20%를 공급받고 심장이 만든 혈류와 혈압에 의존한다. 심장은 신장이 조절하는 우리 몸속 수분과 염분에 의존하며 신장이 나빠지면 생기는 체액 과다, 요독 등이 심장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수치인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면 심장 질환 발생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심장과 신장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당뇨병 환자는 심장과 신장 질환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다. 당뇨병이 있으면 정상인보다 심장 질환 발생률이 2∼5배 높아진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5년만 지나도 환자 3명 중 2명에서 심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좌심실 기능 이상’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몸에 필요한 양의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초기에는 운동할 때만 호흡곤란이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자다가 숨이 차서 깨기도 하고 말기에는 휴식을 취해도 숨이 가빠진다. 때로는 심각한 부정맥으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졸도를 하기도 한다. 특히 5년 이내 절반의 환자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당뇨병 초기부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 합병증은 국내 당뇨병 환자의 3명 중 1명이 신장 기능 이상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만성 콩팥병은 피로감을 잘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집중력 저하, 식욕감소, 특히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심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말기신부전 직전이 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성 신증 환자의 10년 신장 생존율은 약 40%에 불과하다. 악화되는 속도가 빠르고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투석이나 이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장과 마찬가지로 초기부터 관리해야 한다.

최근 당뇨병 치료는 이러한 심장·신장 관련 합병증을 함께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이나 대한당뇨병학회 진료 지침에서도 합병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혈당과 체중을 낮춘다. SGLT-2 억제제 중 다파글리플로진은 심장 질환 기왕력 유무와 상관없이 심장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을 줄이고 심부전 악화를 막는다. 신장 기능 유지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원영 강북삼성병원 당뇨병센터장은 “심장과 신장 합병증은 환자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어 초기부터 관리해야 한다”며 “최근 당뇨병 치료에서는 이를 중요하게 고려해 심장과 신장에서 모두 이점을 확인한 치료제를 권고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약물요법에 더해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이 당뇨병 관리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