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왼쪽)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룡 교수가 폐암 환자 영상 검사 결과를 보며 치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우리나라 국민의 독보적인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사망통계원인’에 따르면 특히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인구 10만 명당 34.8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금연운동이 확산하면서 흡연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폐암은 앞으로도 우리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고령 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톡투건강에서는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룡 교수의 도움말로 폐암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요즘 비흡연 폐암이 많다는데.
이 교수=맞다. 비흡연 폐암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다. 이 때문에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집안일을 하는 과정에서 주방 가스불 등이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같은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환자 중에 식당에서 조리를 10∼20년 오래한 분들이 있다. 그래서 조리를 할 때는 충분한 환기를 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린다.
이 교수=폐암은 악화할 때까지 특이한 증상이 없어서 진단이 늦다. 하지만 눈여겨볼 몇 가지 증상은 있다.
첫째는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쉰 목소리’다. 폐암의 위치에 따라서 증상이 다른데 좌측 폐위에 생긴 폐암의 경우 성대 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폐암이 눌러 신경이 마비되면서 성대 마비로 계속 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래에 피가 나오는 경우(객혈)’다. 객혈은 결핵의 증상일 수도 있지만 폐암의 증상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단순하게 앓고 지나가는 병이 아니고 꼭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단, 객혈이 있다고 꼭 폐암 말기는 아니다.
세 번째는 ‘얼굴이 붓는 경우’이다. 대개 신장(콩팥)이나 심장에 이상이 있으면 전신이 붓는다. 하지만 폐암 환자의 경우 주로 얼굴 등 상체가 붓는다. 폐암으로 혈관이 막힐 경우 머리에서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 순환이 떨어지면서 얼굴이 붓는 것이다.
―피 한방울로 폐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던데.
김 교수=나노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혈액 속 암 진단 바이오마커인 엑소좀(Exosome)을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 중이다. 이 방법은 정상 세포와 폐암 세포를 95%의 정확도로 구분한다. 아직 임상 중이지만 상용화되면 조기 발견이 어려웠던 폐암 1기 환자도 피 한 방울로 약 30분 만에 폐암 여부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는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이 조기 진단에 사용되고 있다.
―폐암 수술의 최신 트렌드는….
김 교수=작은 상처를 내 수술을 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 선호된다. 흉강경 또는 로봇수술이 대표적이다. 로봇수술의 경우 세계적으로 구멍 4개를 내서 진행하지만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구멍 2개만으로 폐암 로봇수술을 진행한다. 상처가 적어 환자 회복도 빠르고 흉터가 작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근엔 나노 형광물질 및 수술용 형광영상 시스템을 활용해 폐암과 정상조직을 구분해 최소 절제하는 수술법 및 나노물질 이용한 국소 및 흡입 항암치료제 개발 등의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형광물질을 이용하면 폐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이 교수=폐암에 안 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연이다. 전자담배도 안 된다. 찐담배, 액상담배 모두 폐에 해로운 물질들이 나오기 때문에 좋지 않다. 흡연을 하다가 금연을 한 후 폐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흡연기간에 따라 다르다. 30년 이상 담배를 피웠다면 폐암 발생률이 정상까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폐암 검진에서 담배를 피운 흡연력을 물어보는데, 담배를 끊고, 15년 이상 비흡연 기간이 있어야 고위험군에서 제외한다. 흡연을 안 하는 분들은 간접흡연, 미세먼지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삼가야 한다. 몇 년 전 크게 문제가 되면서 최근 규제가 강화된 라돈도 주의해야 할 물질이다.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은 기본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