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신일고와 숭문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데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어제 위법하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앞서 부산 해운대고는 지난해 12월, 서울 배재고와 세화고는 지난달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교육당국이 2019년 지정 취소한 자사고 10곳 중 절반이 지위를 회복한 것이다. 소송을 진행 중인 나머지 5개 학교도 같은 시기에 지정 취소된 만큼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이번에도 교육 당국이 자사고에 불리한 평가 기준을 소급 적용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2019학년도까지 5년간의 학교 운영 성과를 평가하면서 평가 기준을 2018년 말 갑자기 바꾸고 기준 점수를 올렸는데 이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자사고 지정 취소’라는 결론을 먼저 내린 후 이를 위해 평가 기준과 배점을 자의적으로 조정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에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내용의 소송 세 번에서 일관된 판결이 나왔는데 무엇을 위해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해가며 소송을 한다는 것인가. 숭문고 교장은 승소 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해야 할 시간에 재판을 받으러 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교육 당국은 항소 운운할 때가 아니라 막무가내식 ‘자사고 죽이기’ 정책으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준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