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국민의힘 운명, 보선에 달려… ‘제3지대 흡수하나, 흡수되나’ 기로

입력 | 2021-03-24 03:00:00

[박영선 對 오세훈]대선까지 야권 재편 어떻게



김종인 “내가 할 수 있는 기여 90% 다 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선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 했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되자,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지대 세력 중심으로 흘러갈 것 같았던 야권 대선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당장 국민의힘에선 “지난해 4월 총선 참패로 당 재건조차 불투명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1년 만에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각종 대선 시나리오도 잇따라 제기됐다.

○ 보선 승리 여부에 달린 국민의힘의 운명

전날 “윤석열 김동연 홍정욱 금태섭 등 합리적 중도우파 인사들을 넓게 삼고초려해서 든든한 개혁우파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오 후보는 23일 단일후보 확정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어제 네 분과 미리 전화 통화를 했는데, 도와주겠다고 언질을 주신 분도 있다”며 ‘대선 플랫폼론’을 이어나갔다. 오 후보는 또 “오늘부터 성심을 다해서 삼고초려를 시도하겠다”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 내에서 흘러나오는 가장 유력한 대선 승리 방안은 오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뒤 오 후보 중심의 대선 플랫폼을 구축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 후보, 무소속 홍준표 의원 등 대권주자들을 모두 국민의힘 ‘빅텐트’로 모은다는 것. 이번 단일화 경쟁의 흥행이 일단 성공한 것처럼, 중도우파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국민들의 관심을 끌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윤 전 총장 또는 안 후보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제3지대 빅텐트’론이 사그라지고 야권의 구심력은 국민의힘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야권 관계자는 “오 후보가 당선되고 안 후보의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합당을 해 단일대오를 형성한다면, 윤 전 총장 역시 국민의힘 입당을 적극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10일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제3지대냐, 국민의힘이냐는 호사가들이 하는 얘기”라며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단일화 경쟁 과정에서 안 후보가 여러 차례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약속한 것도 국민의힘 중심의 대선 플랫폼 형성에 긍정적인 요소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단일화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어떤 경우에도 그렇게 (합당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고개 숙인 안철수 야권 후보 단일화 조사에서 오 후보에게 패배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3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오세훈 패배 땐 제3지대 중심 재편 가능성

그러나 돌발 변수는 많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주도의 대선 플랫폼을 인정하지 않거나 합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시나리오는 차질을 빚게 된다. 안 후보는 단일화 결과 발표 이후엔 ‘합당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합당은 절차들이 있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 뜻을 묻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것뿐만 아니라 윤 전 총장을 비롯한 야권 인재들, 시민단체들 모두 묶어서 범야권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해 “단일 후보 결정 전과 비교할 때 뉘앙스가 바뀐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 역시 측근들 사이에선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여전히 많다. 안 후보가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대통합’을 걸고, 윤 전 총장도 제3지대에서 활동을 시작한다면 제3지대와 국민의힘 간 주도권 다툼이 커질 수도 있는 것. 특히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 후보가 패배한다면 국민의힘으로선 ‘제3지대로의 흡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기존의 국민의힘만으로는 정권교체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 후보와 윤 전 총장의 영입을 포함해 ‘외연 확대’ 전략을 잘 구사해야 국민의힘이 대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