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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LH직원들, 지방 정착용 특공아파트 113채 전매 차익”

입력 | 2021-03-24 03:00:00

2015년 진주로 본사 옮기며 분양… 당시보다 2배 올라 수억 이익 추정
“불법아니지만 사적이익 수단 삼아”… 경찰, 전철역 예정지 땅 등 매입
포천시 공무원 영장 신청 예정



24일 성남주민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3대 불법 온상 LH 해체하고, 주택청을 신설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진주에 정착하라고 준 아파트 특별 분양 받아 대부분 실거주 안 하고 시세 차익 얻은 건 안 비밀.”

이달 초 직장인 익명 앱에 올라와 국민적 공분을 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글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LH 직원들은 본사를 경남 진주로 옮기는 과정에서 특별 분양 받은 아파트 1373채 가운데 113채(8.2%)를 되팔아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 비율은 LH를 제외한 공기업 직원들의 특별공급주택 전매 비율(2.2%)보다 약 3.7배 높다. 아파트 거래가 불법은 아니지만 공무를 위해 세금으로 제공한 편의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23일 국토교통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월 진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한 LH가 직원들에게 특별 분양한 주택 1373채 가운데 113채가 전매 거래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한 127개 공기업 직원들에게 특별공급 형식으로 아파트 9851채를 분양했다. 이 가운데 LH 직원에게 특별 분양된 아파트는 1373채로 전체의 14%가량이다. 하지만 전매 거래는 113채로 공기업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LH 직원들이 정부 특별공급주택에 입주할 때 임대보다 분양을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려졌다. LH 직원의 임대 입주는 전체 중 0.4%(4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공기업 전체 평균이 18.6%인 걸 감안하면 45배 넘게 차이 난다.

특별공급주택을 되파는 것은 전매 제한 기간인 분양 뒤 3년을 넘기면 법적 문제가 없다. 다만 진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들은 분양 때보다 현 시세가 2배 가까이 올랐다.

LH 본사 이전 직후인 2015년 6월 전체 가구의 70%가 직원들에게 특별 분양된 25평형 아파트는 당시 약 1억5000만∼1억7000만 원에 분양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는 약 2억8000만∼3억 원에 거래된다. LH 본사 인근 부동산업자 A 씨(59)는 “이전 초기 1, 2년만 근무하고 떠난 직원들 역시 3000만∼5000만 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런 거래 관행에 깔려 있는 도덕불감증을 감시할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9월 인근에 전철역이 들어설 예정인 것을 알고 포천의 땅과 1층 건물을 40억 원에 매입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를 받는 포천시 공무원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