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판 개입 등 직권 남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23일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1, 2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6명의 전·현직 판사에게 6차례에 걸쳐 무죄가 선고됐고,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이 2015∼2017년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게 헌재 내부 보고서 및 사건 정보 등을 수집하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며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헌재의 위상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를 받아 헌재 파견 법관 등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등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통진당 의원의 지위 확인 권한은 헌재가 아닌 사법부에 있다’는 지시를 했다는 혐의도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검찰 수사팀은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인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유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