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한 지 3주가 흘렀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라는 말로 사퇴의 심경을 대신했습니다.
그는 사퇴 직전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라는 책을 전국 검사들에게 배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화이트칼라 수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겐소 미국 뉴욕 맨해튼 검찰청 검사장의 일생을 담은 전기(傳記)입니다. 윤 전 총장은 직접 쓴 발간사에서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모겐소 검사장의 말을 빌려 ‘거악 척결’ 메시지를 후배 검사들에게 남겼습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추미애, 박범계를 차례로 법무부 장관에 앉히며 검찰 개혁의 임무를 완수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검찰 권력이 무소불위 상태라 적절히 통제하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일련의 개혁이 권력형 비리 척결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수사해 기소했고, 추미애 전 장관과도 대립을 이어갔습니다.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지요.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사퇴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연 윤 전 총장은 정치권의 샛별이 될까요. 정당도 조직도 없이 황야에 선 신세가 될까요.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