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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선미]K컬처 저작권 흑자

입력 | 2021-03-24 03:00:00


지난해 K팝 등의 수출 실적이 반영된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가 사상 첫 흑자를 냈다. 흑자 규모도 1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특히 음악과 영상 분야 저작권이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2억 달러에 가까운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의 대중문화(K컬처)가 세계인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이 수치로도 확인된 것이다.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 할리우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소재 고갈에 부닥쳤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을 찾아 눈을 돌린 게 아시아다. 2018년 미국을 강타한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원작자도 출연진도 모두 아시아인이었다. 그런데 찾다 보니 아시아에서도 유독 스토리텔링이 독보적인 나라가 한국이었다. 웹툰 기반의 상상력과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에 세계가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 영화는 100주년을 맞던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국내 흥행작이었던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의 원작은 본래 이탈리아 영화인 ‘퍼펙트 스트레인저’다. 이 원작은 프랑스 등 12개국에서 리메이크됐다. 그런데 베트남의 한 제작사는 완벽한 타인의 제작진을 찾아와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 리메이크가 가장 좋으니 공감 포인트를 어떻게 잡을지 가르쳐 달라”고. 한국 정서를 담자 베트남 리메이크도 대박이 났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최근엔 영상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은 원작 콘텐츠(만화와 소설 등)의 지식재산권을 거래하는 마켓을 공들여 운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음반시장을 구해낸 공신이다. 20년 전 음악 공유 서비스로 공짜 음악이 나돌게 된 후부터 국내 음반 판매는 추락했다. 하지만 2017년 BTS의 음반이 100만 장 넘게 팔리더니 지난해엔 ‘2020 글로벌 앨범 판매 차트’에서 1, 2위를 휩쓸었다. K팝은 영상미와 스토리가 만난 뮤직비디오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변방이었던 K컬처의 확산에는 SNS의 힘도 크다. M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어도 팬심으로 음반을 사고, 자신의 취향을 SNS에 적극 공유한다.

▷지난해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흑자였지만 전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8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특히 한국의 게임은 2019년 10억8000만 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3억 달러 적자가 됐다. 게임회사들의 수출이 늘었는데도 플랫폼인 구글에 내는 수수료(인앱 결제)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란다. 영상도 넷플릭스 결제가 매년 늘고 있지만 지난해엔 수출이 압도해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콘텐츠가 중요하지만 플랫폼도 중요하다. 무역수지 숫자가 ‘K컬처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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