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본고장인 미국 할리우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소재 고갈에 부닥쳤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을 찾아 눈을 돌린 게 아시아다. 2018년 미국을 강타한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원작자도 출연진도 모두 아시아인이었다. 그런데 찾다 보니 아시아에서도 유독 스토리텔링이 독보적인 나라가 한국이었다. 웹툰 기반의 상상력과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에 세계가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 영화는 100주년을 맞던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국내 흥행작이었던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의 원작은 본래 이탈리아 영화인 ‘퍼펙트 스트레인저’다. 이 원작은 프랑스 등 12개국에서 리메이크됐다. 그런데 베트남의 한 제작사는 완벽한 타인의 제작진을 찾아와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 리메이크가 가장 좋으니 공감 포인트를 어떻게 잡을지 가르쳐 달라”고. 한국 정서를 담자 베트남 리메이크도 대박이 났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최근엔 영상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은 원작 콘텐츠(만화와 소설 등)의 지식재산권을 거래하는 마켓을 공들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흑자였지만 전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8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특히 한국의 게임은 2019년 10억8000만 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3억 달러 적자가 됐다. 게임회사들의 수출이 늘었는데도 플랫폼인 구글에 내는 수수료(인앱 결제)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란다. 영상도 넷플릭스 결제가 매년 늘고 있지만 지난해엔 수출이 압도해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콘텐츠가 중요하지만 플랫폼도 중요하다. 무역수지 숫자가 ‘K컬처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