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새 학기 ‘지능 검사’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지능검사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부모들이 늘어난다. 지능검사는 심리검사 중 매우 중요한 검사다. 실제 병원에서 받게 되면 꽤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며, 이때 아이가 검사에 임하는 태도도 중요하게 본다. 아이가 처음엔 잘하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되는지,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나중에는 좀 편안해지는지 이런 면도 아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지능이나 학습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온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능검사는 꼭 한다. 지능검사는 여러 가지 발달, 학습의 수준, 생활의 모습 등 아이의 상태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재능을 발휘하는 데 보완되어야 할 점이나 장점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래서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하기 전 혹은 학습을 막 시작할 때 별문제가 없어도 지능검사를 한 번 정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아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 지도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아이였다. 지능검사를 했는데 높게 나왔다. 그런데 부모나 아이나 그 결과를 믿지 않았다. 지금 공부를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아이는 수리 쪽 지능이 매우 높았는데, 실제 학교에서는 수학을 못한다고 했다. 지능검사 결과 아이는 지루한 것을 못 참아내고, 반복하는 것을 싫어했다. 수학적 개념이 떨어지지 않아도 문제를 풀고 그 문제의 패턴을 이해해서 오류를 수정하고 풀어내는 것을 하지 못하면, 수학적인 기능이 좋아도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 미리 아이의 그런 특성들을 파악하여 꾸준히 보완해주었다면, 최소한 아이가 가진 기능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능지수는 좋아질 수 있을까? 지능 안에는 타고난 본성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양육도 들어간다. 머리가 굉장히 좋은 아이였는데, 양육 환경이 늘 고성이 오가고 교육적 자극이 전혀 없는 곳이라면 당연히 지능이 떨어진다. 그런데 부모가 적절하게 자극을 주고 가르쳐주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메워주는 등 노력한다면 더 높은 지능을 발현하면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지능검사를 할 때 전문가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아이가 평균 나이에 비해서 떨어지는 부분이다. 그것을 보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잠재지능에 비해서 지금 표현되고 있는 인지 기능 발휘의 편차가 심해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이가 지금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그 이유를 찾아줘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수재인데, 인지적 동기가 너무 없고, 뭐든 열심히 안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지 않으면 이것은 공부뿐 아니라 아이가 생활하는 데도 많은 문제를 낳는다. 어떤 검사든 그 검사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중요한 의미는 아이가 생활 속에서 기능 발휘를 잘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능이 아니라 ‘기능’이다. 그 아이에게 맞게, 그 아이가 속한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발휘하는 것이 기능을 잘 발휘하는 것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행복한 것은 아니다. 또한 지능은 사람의 됨됨이와 다른 것이다. 공부를 하는 데,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능은 평균이면 된다. 지나치게 낮으면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지능은 단지 방해 요소 없이 자신이 가진 잠재지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