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0년 사진집’ 낸 정신과의사 이현권
2016년 서울 한강 이촌 공원에서 촬영한 보리밭. 청보리와 공간의 조화를 표현했다.
“예술은 ‘존재의 시간’을 담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그 가치를 잊지 않고 변함없이 흐를 한강에서 나를 느끼며 사진으로 담아낼 생각입니다.”
최근 사진집 ‘서울, 한강을 걷다 2010-2020’(한스그래픽)을 출간한 이현권 씨는 지난 10년간의 한강을 소재로 한 사진 작업이 ‘존재로서의 시간’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작가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이 씨가 한강에 ‘빠져든’ 이유는 뭘까.
“정신과 전공의 시절 2년 넘게 찍어온 정신과 건물과 환자들의 필름 절반을 잃어버린 뒤 자연스레 한강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10년간 한강을 찍은 이유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한강은 역사적 내러티브가 층층이 담긴 곳이자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연관된 공간입니다. 아마도 저는 특별함이 사라진 일상의 공간에 새로움을 부여하고 싶었나 봅니다.”
“한강은 많은 이에게 기억의 공간이면서 역사적으로는 상처와 우울이 공존합니다. 역사학자 임기환 선생은 제 사진을 보고 ‘기억의 배반’이라고 했습니다. 차가운 건물들이 가득 차 있는 풍경이 배제되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정서적으로 재배치돼 있다는 의미지요. 이런 지점에서 무의식을 다루는 직업의 습성이 나온 듯합니다.”
한강을 찍으면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나 기억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마도 그 순간은 사진에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똑 부러진’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책에 수록된 사진은 그 느낌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사진집은 언젠가 떼어낼 액세서리입니다. 제가 이 사진집에 묶여있다면 새로운 시간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있어 과감히 과거에서 나와 새롭게 한강에 마주설 수 있습니다.” 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