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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경 무차별 총격에…아빠 무릎위 7세 소녀까지 사망

입력 | 2021-03-24 18:12:00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에서 군경의 유혈 폭력진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7세 여자 아이가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 중 가장 어린 희생자다.

B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경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주택가 집안에서 7세 여아 킨 묘 칫이 군경이 쏜 총에 맞았다. 복부에 총상을 입은 이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망한 킨 묘 칫의 언니가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오토바이를 타고 주택가로 들어온 군경은 킨 묘 칫의 집 문을 발로 차면서 갑자기 들이닥쳤다. 이들은 집안에 있던 가족들에게 모두 앉으라고 지시한 뒤 킨 묘 칫의 아버지에게 가족들이 (여기에) 다 나와 있는 게 맞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숨어 있는 가족이 없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아버지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군경은 “거짓말을 한다”며 다그쳤다. 아버지가 “가족 6명이 전부 다 나왔다”고 재차 말하자 한 군인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 총격에 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던 킨 묘 칫이 맞았다.

군경은 또 킨 묘 칫의 오빠(19)를 심하게 구타한 뒤 어디론가 끌고갔다. 킨 묘 칫의 언니는 “그들이 총을 쏘겠다며 겁을 줘 막을 수 없었다”며 “총에 맞은 킨 묘 칫도 데려가려 했지만 아버지가 끝까지 저항했다”고 말했다. 군경이 떠난 뒤 가족들은 킨 묘 칫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그는 군경이 집 안으로 쳐들어 온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로이터는 이날 만달레이서는 14세 소년 1명도 집 안에서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AFP는 “7세 소녀를 향한 총격이 군부를 향한 새로운 분노의 불을 지폈다”고 보도했다. 24일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지금까지 18세 미만 사망자는 최소 2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성명을 내고 “평화로운 집회를 향한 무자비한 진압에 어린이마저 희생양이 돼 끔찍하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