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오전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미사일 두 발을 서해로 발사했다고 군 당국이 어제 공개했다. 미국 언론이 북한의 도발 사실을 보도하자 사흘 만에 확인한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 말에도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한미 공조 아래 실시간 파악한다”면서도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미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비공개한 것은 떠보기식 저강도 도발에 과잉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탑재량이 작아 위협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유엔의 제재 대상도 아니다. 북한은 작년 7월에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때도 군 당국은 비밀에 부쳤고 3주가 지나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그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와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직후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의도는 분명하다. 언제든 도발 사이클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워싱턴포스트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첫 직접적 도전’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완료를 앞두고 거친 말폭탄에 이어 행동에 나서겠다는 협박인 것이다.
단거리 순항미사일이 태평양 건너 미국에 당장의 위협일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과 휴전선을 맞댄 한국은 다르다. 김정은은 이미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무기 개발’을 공언했다. 핵탄두를 탑재한 순항미사일의 타깃은 다름 아닌 남쪽이다. 이런 처지에 한미 공동대응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덩달아 ‘별일 아니다’고 장단이나 맞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