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의 역사에는 재일동포들의 아픔이 묻어 있다. 1947년 교토시 기타시라카와의 낡은 목조건물에 조선중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더 나은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새 부지를 물색했다. 1961년 긴카쿠지 인근에, 1968년 11월에는 가타기하라에 땅을 사들였지만 주민들이 한국계 학교 건설에 강력 반대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같은 해 12월 히가시야마구에 세 번째로 부지를 매입한 뒤에도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졌고 1984년 8월에야 학교 건물이 완공됐다. 이런 고난을 이겨낸 힘이 야구부에도 이어졌으리라.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에게 니시노미야의 한신고시엔구장은 ‘꿈의 구장’으로 불린다. 3940개의 고교 야구팀 가운데 0.8%인 단 32개 팀만 이 구장에서 열리는 봄 고시엔 무대에 선다. 1924년 창설된 봄 고시엔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93번째 열리는 동안 외국계 고교가 출전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더욱이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역전승했다. 학생 정원 131명의 작은 학교가 야구부 창설 22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고시엔 출전의 의미에 대해 “조선통신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이후 얼어붙은 한일관계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 교장의 바람대로 고시엔에서 한국계 학교의 선전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한일관계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까. 교토국제고가 27일 경기에서도 이겨서 다시 고시엔구장에 한국어 교가가 두 번 울리기를 기대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