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영웅 표현한 ‘게임 체인저’ 작년 5월 “헌신에 감사” 메모와 전달 런던 경매서 추정가의 4배 넘겨 판매 수익금은 英의료시설에 기부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에 팔린 ‘게임 체인저’ 앞에서 의료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 뱅크시가 영국 사우샘프턴대학병원에 기부했다. 사우샘프턴=AP 뉴시스
영국 출신 예술가 뱅크시의 그림 ‘게임 체인저’가 경매에서 그의 작품 중 최고가에 팔렸다. 23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뱅크시의 작품은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서 1680만 파운드(약 262억 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의 경매 수익은 영국의 의료 시설에 기부될 예정이다.
캔버스에 흑백으로 그려진 게임 체인저는 한 소년이 간호사를 영웅으로 형상화한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소년의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는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 버려져 있다. 마치 영화 속 영웅들보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이 더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이 그림은 뱅크시의 ‘깜짝 기부’로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5월, 뱅크시는 사우샘프턴대학병원에 이 그림을 소포로 보냈다. 그러면서 “당신들의 헌신에 감사한다. 이 그림이 비록 흑백이지만 병원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메모를 첨부했다. 그 후 응급 병동에 걸려 있었던 그림은 이번 판매로 복제품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작품을 여러 점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는 런던 지하철벽에 마스크를 쓴 생쥐 그라피티를 그리기도 했다. 다만 그라피티에 엄격한 정책을 적용하는 런던 교통국에 의해 이 벽화는 지워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브리스틀의 한 가정집 담벼락에 재채기하는 여성을 벽화로 그려 넣기도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