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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두 유니폼 100벌 모으다 보니… 스포츠 패션의 세계 보였다”[덕후의 비밀노트]

입력 | 2021-03-25 03:00:00

최호근 오버더피치 대표
유니폼 수집 넘어 직접 유니폼 디자인하고 제작
백화점에 매장 내고 국내외 구단-업체와 협업도



최호근 대표가 수집한 브라질 축구선수 호나우두의 유니폼. 그는 “미국에서 사람들이 평소 LA다저스 모자를 쓰고, 유럽에선 도시별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다니듯 한국에서도 스포츠 패션이 일상화하기를 꿈꾼다”고 했다. 최호근 제공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브라질 출신의 21세 축구선수 호나우두는 한 소년의 마음을 마구 헤집어 놨다. 그의 드리블, 슛, 발놀림 하나하나가 황홀했다. 그때부터였다. 부모님을 졸라 한두 벌씩 사 모으던 그의 유니폼은 100여 벌. 프로 데뷔 시즌부터 그의 은퇴 시즌 유니폼까지 모조리 수집한 이 호나우두 덕후는 축구 유니폼의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가 됐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친구들과 모은 유니폼 사진을 찍어 올리던 최호근 오버더피치 대표(31)는 ‘덕후력’을 발휘해 현재 국내외 유명 구단 및 스포츠업체와 협업하는 성공한 덕후다. 시각디자인 전공자로서 직접 유니폼을 디자인하고 제작도 한다. 숨은 역사, 가치, 문화를 전하는 웹 매거진도 발행한다. 최근 국내에선 처음으로 백화점에 유니폼 매장을 냈다. 마이너 장르인 스포츠 패션을 기성 스트리트 패션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4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만난 그는 “지금도 호나우두를 한 번이라도 보는 게 인생 소원”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유니폼을 수집했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다. 해외 중계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스포츠 뉴스로 호나우두 선수를 봤고 무작정 부모님께 유니폼을 사달라고 했다.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내버려두셨던 어머니 덕분이다. 서른이 넘어서도 수집하다 보니 한때 300벌이 넘었다.”

―가장 비싼 수집품은….

“호나우두가 브라질에서 프로에 데뷔한 구단인 크루제이루 유니폼이 100만 원이 넘는다. 2002년 출시한 그의 시그니처 축구화 제품을 몇 년 전 250만 원에 구매했다. 출시할 때는 25만 원이었는데….”

―스포츠 유니폼의 매력은….

“옷마다 담긴 역사, 이야기가 제각각 달라 매력적이다. 1990년대 유니폼은 제 유년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다. 와인 음반 책 우표 옷 등 다른 수집품처럼 전 세계서 매년 수천 벌씩 새로운 게 쏟아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집품의 가치가 오르는 것도 매력이다. 유니폼별 역사가 궁금하면 저희 웹 매거진을 보면 된다.(웃음)”

―좋은 유니폼 선택 및 관리법은….

“해외 직구의 경우 구매 전 사진을 통해 가품 여부,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믿을 만한 판매자나 매장을 통해 사야 한다. 일상복이자 수집품인 특성상 밝은 색 유니폼은 변색의 우려가 있어 착용 후 물로만 살짝 헹구면 좋다. 난방이 잘되는 곳에선 종종 유니폼 부착물이 녹아내리기 때문에 습기가 적고 찬 곳에 보관하길 추천한다. 옷이 낡더라도 와인처럼 빈티지스러운 멋이 있다.”

―수집을 시작하고 문화를 소개하며 가장 뿌듯했던 기억은….

“가끔 홍익대 거리에 여러 사람이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그래도 제가 1%는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한때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래퍼들이 입는 유니폼을 협찬하고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도 기억난다. 우리가 타인의 취향에 인색한 편이라 이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 저는 미대 입시 시험장에도 유니폼을 입고 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