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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순항미사일, 핵탑재 가능한 신형 추정… 정부, 南타격용에도 쉬쉬

입력 | 2021-03-25 03:00:00

北, 올 두차례 순항미사일 도발




북한이 21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데 대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통상적 군사 활동”이라며 ‘로키(Low-key)’로 반응했다. 새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의중을 떠보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저강도 무력시위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21일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 하순 발사한 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이거나 기존의 지대함 순항미사일(금성-3호)을 개량한 미사일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순항미사일이 탄도미사일과 달리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더라도 전술핵 미사일 등의 직접 위협 대상이 될 수 있는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도 쉬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당국은 21일 발사 3일 뒤인 24일 미국 언론 보도가 먼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사실을 공개했다. 1월 발사 사실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다.

○ 실시간 파악 정부 “순항미사일이라 공개 안 해”

24일 한미 정부 소식통 등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올해 1월 20일(현지 시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1월 하순과 이달 21일 두 차례에 걸쳐 서해로 신형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부터 북한이 시험 발사해온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고도 2km 이하로 비행해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고 공중에서 선회 비행이 가능해 정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1월 8차 당 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 무기들’을 개발했다고 공언한 만큼, 당 대회 직후 이를 연이어 시험 발사해 성능 개량을 해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북한이 주장한 대로 전술핵무기를 순항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하면 한미 요격망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미사일 성능 개량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한미 군 당국은 관련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실시간으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순항미사일이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점을 고려해 한미 간 협의를 거쳐 미사일 발사를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합참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도 발사 시간이나 미사일 제원 등 세부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도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총선을 하루 앞둔 4월 14일 오전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오후에야 관련 사실을 확인해 늑장 공개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는 발사 추정 시간대와 사거리는 물론이고 북한군 동향까지 자세히 밝혔다. 군은 같은 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아예 관련 내용을 비공개했다. 2017년 6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때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NSC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의 도발을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 본토 위협 아니라 판단한 미국은 신중 대응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 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외신들의 첫 보도가 나온 직후 언론들과 전화 간담회를 갖고 “이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동맹 및 당국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이 행동(미사일 발사)은 북한의 일반적인 군사 행동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탄도미사일 발사가 아닌 만큼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

하지만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시험 발사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첫 직접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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