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D-13]“부동산 이슈 등서 등돌린 지지자들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고 의견 숨겨” 박영선, 오차범위밖 뒤지고 있지만 당에선 “우려할만한 수준 아니다” “실망 알지만 野 찍을순 없지 않나”‘미워도 다시 한번’ 호소 전략도
손 맞잡은 박영선-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인재근 의원 사무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만남은 인 의원의 주선으로 우연히 만나는 형식이었지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이 지사가 박 후보 측면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판세와 관련해 “지금 언론들이 전하는 여론조사 상황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오차범위 바깥에서 뒤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는 진보 지지층을 뜻하는 ‘샤이(Shy) 진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에서는 ‘샤이 트럼프’, 국내에서는 ‘샤이 보수’ 등 주로 보수 진영에서 언급됐던 숨은 지지층 이슈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보 진영에서 등장한 것이다. 대대적인 지지층 결집에 나선 민주당은 이 ‘샤이 진보’가 이번 4·7 보궐선거의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與 “반드시 ‘샤이 진보’ 잡아야”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 TBS 의뢰로 22, 23일 서울시민 104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박 후보(29.2%)와 오 후보(48.9%)의 지지율 격차는 19.7%포인트였다. 그러나 중도층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22.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달 7, 8일 실시한 조사에서 진보층에서의 박 후보 지지율은 오 후보를 상대로 75.8%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9.5%까지 내려갔다. 민주당 내에서 “중도 확장도 중요하지만 기존 지지층이 더 이상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런 ‘샤이 진보’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우리에게 실망한 것은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기권하거나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다”며 “이른바 ‘미워도 다시 한 번’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원식 고민정 의원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은 빨간색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이제껏 단 한 번도 탐욕에 투표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공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후보들을 향해 대대적인 ‘탐욕 프레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탈한 진보는 과연 돌아올까
이번 선거에서는 ‘샤이 진보’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지만, 반대로 2017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 전에는 ‘샤이 보수’가 주목받았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던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보수 전체가 위기에 처하면서 보수 성향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샤이 보수’가 투표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민주당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해 ‘샤이 진보’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박 후보가 다소 뒤지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투표하면 이긴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