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강력한 항의로 철거될 뻔 했던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 ‘평화의 소녀상’을 다른 상징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구의회 내에서 시도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테구청 또한 18일 구의회가 의결한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소녀상이 설치허가 기간인 올해 9월 이후 다시 철거 위협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등에 따르면 미테구 의원들과 구청 관계자들은 10일 중도우파 자유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여성 성폭력 기억을 위한 평화의 상 공모’ 안건을 심의했다. ‘평화의 소녀상’의 1년 존치를 보장하되 특정국가와 연관된 상질물이 아닌 전쟁, 테러 등이 야기하는 여성폭력 폐해를 고발하고 재발방지와 여성인권 향상의 메시지를 담은 ‘보편적 상징물’을 영원히 설치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자유민주당의 시도에 대해 녹색당, 사민당 등은 “새 상징물과 ‘평화의 소녀상’을 연관시켜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이에 자유민주당 측 역시 다음달 다시 회의를 열자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자유민주당이 추진하는 새 상징물이 건립되면 소녀상 존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독일 현지에서는 이미 소녀상이 위안부 희생자 추모를 넘어 여성 인권에 대한 보편적 상징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여성이 대거 희생된 연쇄총격이 발생하자 23일 독일 내 아시아계 주민과 많은 일반 시민들이 소녀상 앞에 모여 애도 및 항의집회를 열었다. 앞서 8일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에도 소녀상 주변에서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행진이 벌어졌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