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정상을 차지한 GS칼텍스 선수단. GS칼텍스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 챔프전은 예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서둘러 일정을 마무리한 지난(2019~2020) 시즌을 제외하고 챔프전은 총 15번 열렸다. 이 가운데 정규리그 1위 팀이 아니라 플레이오프 승리 팀이 ‘왕관’을 차지한 게 8번(53.3%)으로 절반을 넘는다. 정규리그 1위 팀이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내며 휴식을 얻게 된 것만큼이나 경기 감각을 잃어버린 게 승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선수단에게 작전 지시 중인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번 시즌 GS칼텍스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차상현 감독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차 감독은 “1차전 첫 세트 안에 우리만의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김연경(33) 또는 김미연(30)에게 서브를 집중시키고 브루나(22)의 공격 성공률을 떨어뜨릴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만약 다른 선수가 이 서브를 받을 때는 김연경의 공격 효율을 떨어뜨리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은 이렇다. ①코트 왼쪽에 김연경 공격에 대비해 블로킹 벽을 만든다 → ②그 뒤로 촘촘히 수비망을 만들어 디그 확률을 높인다 → ③디그에 성공하면 강소휘(24) - 러츠(27) - 이소영(27) 삼각편대 가운데 한 명이 반격을 마무리한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어떻게 보면 아주 일반적인 접근이지만 이 전술을 김연경이 전위에서 힘을 쓰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때 김연경은 상대 서브를 받은 뒤 자신이 본인이 직접 공격했을 때 효율(0.491)이 가장 높은 선수였다. 이런 공격이 20번 이상인 선수 가운데 성공률(54.5%)이 50%를 넘어가는 것도 김연경 한 명뿐이었다.
또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전위에 있을 때와 후위에 있을 때 전혀 다른 팀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플레이오프 세 경기에서 김연경이 전위에 있을 때 흥국생명은 공격 효율 0.363을 기록했다. 양효진(32·현대건설·공격 효율 0.366)급 공격력을 선보였던 것이다. 반면 김연경이 후위로 물러났을 때 흥국생명 팀 공격 효율은 0.199가 전부였다. IBK기업은행 김주향(22)의 올 정규시즌 공격 효율이 0.203이었다.
상대 서브를 받고 있는 흥국생명 김미연(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래서 거꾸로 흥국생명으로서는 김연경과 대각에 서는 = 전·후위가 항상 반대인 ‘야미’ 김미연의 활약이 중요하다. 학교 폭력 사태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이상 25)가 빠진 뒤 27.7%를 기록했던 김미연의 서브 리시브 점유율은 플레이오프 들어 51.2%로 치솟았다. 부담만 늘어난 게 아니다. 서브 리시브 효율 역시 같은 기간 20.5%에서 33.6%로 올랐고, 공격 효율도 0.169에서 0.222로 좋아졌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GS칼텍스 강소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GS칼텍스에 제일 중요한 마음가짐은 역시 ‘하던 대로’라고 할 수 있다. 흥국생명이 기세가 무섭다고 해도 ‘어우흥’이라고 평가받던 그 시절과는 전력이 다른 게 사실이다. 삼각편대 가운데서는 강소휘가 조금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강소휘는 정규 시즌 때 흥국생명을 상대로 공격 효율 0.21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5개 상대 팀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다. 반면 러츠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가장 좋은 공격 효율(0.372)을 남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