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어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안건을 토의했으나 결론을 못 내고 한 달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연일 매도 행진을 하는 국민연금을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보는 ‘동학개미’들은 실망스럽겠지만, 노후를 국민연금에 맡긴 많은 국민들로서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일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민연금은 운용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매년 5월 자산별 비중을 조정하고 연말에 이 수준에 맞춘다. 작년에 정한 국내 주식 보유 범위는 14.8∼18.8%였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면서 작년 말 운용자산 833조 원 중 국내 주식 비중이 21.2%까지 높아졌다. 그 바람에 올해 들어 16조 원어치를 팔았고 10조 원가량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성토해 왔다.
국민연금이 평년보다 두 달 앞당겨 기금운영위를 열기로 하자 “결국 동학개미가 이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기금운용위원회가 밀리듯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노후에 돌려받기 위해 소득 일부를 떼어내 관리를 맡겼을 뿐이다. 향후 논의에서도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늘려 약속한 연금을 차질 없이 지급하고, 2055년으로 예상되는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현재의 주식투자자 목소리만 의식해 한국인의 노후를 위협하는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