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아트로드]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강원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둘레길은 여의도 면적 6배의 광활한 분지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
《비무장지대(DMZ)에도 봄이 왔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인 강원 양구군 해안면 ‘DMZ 펀치볼 둘레길’에는 아직도 곳곳에 눈과 얼음이 쌓여 있다. 그러나 얼음장 밑으로 녹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봄을 깨우는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자연음향)처럼 경쾌하게 숲속에 울려 퍼진다.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한다. 이제 막 눈이 녹고, 야생화가 피어나는 청정 자연을 느끼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 DMZ 펀치볼 둘레길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펀치볼(Punch Bowl)’은 여의도 면적 6배의 광활한 대지다. 펀치볼 둘레길의 ‘부부 소나무’ 전망대에 오르면 어떤 광각 카메라로도 한 번에 담기 어려운 광경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가칠봉 대암산 도솔산 대우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다. 6·25전쟁 당시 외국의 종군기자가 “핑크빛 칵테일 화채 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펀치볼’이란 애칭이 생겼다고 한다.
DMZ 생태탐방로는 동자꽃 하늘말나리 금강초롱 앵초 등 희귀식물과 산양 독수리 하늘다람쥐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설사가 들려주는 야생화 설명과 6·25전쟁사 이야기에 빠져 숲길을 걷다가 쪽동백나무와 단풍나무가 붙어서 자라는 ‘연리지(連理枝)’ 또는 ‘혼인목(婚姻木)’이라 불리는 나무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두 나무가 붙은 밑에서 어린 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다. 박진용 숲길체험지도사는 “단풍나무와 쪽동백나무가 혼인했는데 전혀 다른 제3종의 나무가 태어났다”며 “이 나무 이름은 참회목”이라고 설명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펀치볼 둘레길을 단체로 방문할 경우 계곡에서 먹는 ‘숲밥’이 인기다. 펀치볼 특산물인 시래기 인삼뿐 아니라 곰취 더덕 두릅 등 10여 가지의 나물반찬이 나오는 뷔페다. 탐방 일주일 전 신청하면 주민들이 시간을 맞춰 준비해 준다.
○화가 박수근의 ‘나목’
박수근의 ‘나무와 여인’(작은 사진)에서 그린 느릅나무인 양구교육지원청에 있는 ‘박수근 나무’.
박수근이 태어나 스물한 살까지 살았던 양구에는 화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박수근은 나목(裸木)을 즐겨 그렸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봄이 오다’부터 1950, 60년대 ‘나무와 여인’ 시리즈까지 박수근이 그린 나무는 이파리 하나 없이 가지만 앙상하다. 봄이 늦게 오는 양구는 아직도 벌거벗은 나목의 천국이다.
양구교육지원청 뒷동산엔 ‘박수근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수령 300년 된 느릅나무가 남아 있다. 박수근은 양구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놀며 그림을 그렸다. 이 나무를 찾았을 때 박수근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이들이 나무 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애틋했다. 앙구읍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은 2002년 박수근 생가터에 건립됐다. 건축가 고 이종호가 설계한 미술관은 화강암으로 지어졌다. 박수근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돌처럼 투박하고 까칠까칠한 질감을 건물로 형상화한 것이다. 미술관에는 ‘나무와 여인’ ‘빈 수레’ ‘굴비’ 등 박수근의 유화 5점이 소장돼 있고 뒤편에는 박수근 묘소와 빨래터, 자작나무 숲도 있다. 빨래터 그림 밑에는 박수근이 아내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적혀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미술관에서는 현재 박수근과 소설가 박완서(1931∼2011)가 인연을 맺게 된 ‘나목’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은 1952년 당시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내에 있던 미8군 기념품 판매점 내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한 바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가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본 그림을 ‘고목(枯木)’이라고 생각했으나 세월이 흘러 황량해 보이기만 하던 그 그림이 시든 ‘고목’이 아니라 언젠가 싹을 틔울 봄날의 믿음 속에 의연하게 기다리는 ‘나목’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양구 백토의 600년 전통, 백자박물관
양구백자박물관 부근 수입천 직연폭포.
도예가 김덕호 이인화 씨 부부의 작업실에 있는 백자처럼 흰 고양이.
글·사진 양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가볼 만한 곳
‘까미노 사이더리’의 사과, 딸기 음료와 애플파이.
○ 맛집
강원 양구의 맛집인 시래정의 ‘시래기 코다리찜’ 정식.
QR코드를 스캔하면 양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