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입력 | 2021-03-27 03:00:00

신미나 지음·창비




그대라는 자연 앞에서/내 사랑은 단순해요//금강에서 비원까지/차례로 수국이 켜지던 날도//홍수를 타고/불이 떠내려가던 여름/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과육을 파먹다/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처럼/순진한 포만으로//돌이킬 수 없으니/계속 사랑일 수밖에요//죽어가며 슬어놓은 알//끝으로부터 시작이/말려들어갑니다(‘복숭아가 있는 정물’)

전통적 서정과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진 신미나 시인의 두 번째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