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 명화를 읽는 시간/기무라 다이지 지음·최지영 옮김/300쪽·1만6500원·북라이프

빈센트 반 고흐가 프랑스 아를의 자기 방을 세 가지 버전으로 그린 작품들. 위로부터 시카고미술관(1889년),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1888년), 오르세미술관(1889년) 소장본. 시카고 미술관 제공.

오래전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건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노란색 작은 방’이다. 작가의 방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만 따라가도 갑갑함이 느껴진다. 세상과 단절된 채 이곳에 틀어박힌 라스콜리니코프의 강박적 심리를 오롯이 보여준다. 심리적 압박과 범죄로의 일탈을 보여주는 장치로서 이만한 묘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가 14세기 이후 유럽의 명화(名畵)들을 다양한 반전 요소들을 통해 재해석한 서양미술 입문서다. 이 중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침실’ 시리즈는 ‘죄와 벌’처럼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투영된 방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고흐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까지 머문 프랑스 아를의 자기 방을 거의 같은 구도로 3장 그렸다. 방 안 가구나 물건들도 거의 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
스칼릿 조핸슨 주연의 2003년작 영화로 유명해진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도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도 그렇지만 이 그림을 감상한 이들은 순수와 요염미를 동시에 가진 한 소녀를 연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그림이 초상화가 아닌 트로니(tronie·역사화 등 대작을 그리기 전 캐릭터 연구를 위한 밑그림)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 아름다운 소녀는 실제 인물과 다르다는 것. 어쩌면 그래서 이 그림이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