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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여아’ 친모가 산부인과서 외손녀와 바꿔친 듯

입력 | 2021-03-27 03:00:00

‘혈액형 미스터리’가 결정적 단서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친모 A 씨(48)가 숨진 B 양(3)을 바꿔치기한 곳으로 친딸 C 씨(22)가 출산한 산부인과를 지목했다. 경찰은 A 씨가 B 양을 다른 곳에서 먼저 출산한 후 C 씨가 있는 산부인과에 아이를 데려다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께끼를 풀 결정적인 단서는 산부인과에 보관된 C 씨의 출산 기록에서 나왔다. 이 기록에는 C 씨가 낳은 신생아의 혈액형이 A형으로 나와 있다. 산모인 C 씨의 혈액형은 B형, 전남편의 혈액형은 AB형인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서 A형 아이가 태어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보다 정밀한 혈액형 분류법을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B형은 BB형과 BO형 인자로 구분되는데 C 씨는 BB형이다. 이 경우 AB형인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혈액형은 B형이나 AB형이어야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A형의 혈액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의는 “C 씨와 전남편 혈액형상으로는 A형이 절대 나올 수 없다. 이 점이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혈액형 분석을 통해 경찰과 같은 결과를 내놨다. 산부인과에 있었던 아이는 C 씨와 전남편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C 씨가 출산한 산부인과는 평소 아이가 태어난 지 48시간이 지나고 채혈해 혈액형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부인과에 있던 신생아의 혈액형은 지난달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B 양과 일치한다. 경찰이 두 아이가 같은 아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다. A 씨가 딸 C 씨보다 먼저 아이를 출산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A 씨가 혈액검사 전에 B 양을 C 씨가 출산한 아이와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점은 C 씨가 아이를 낳은 2018년 3월 30일을 기준으로 48시간 이내인 3월 31일이나 4월 1일로 예상된다. C 씨는 2018년 4월 8일 자신의 딸로 둔갑한 B 양과 함께 퇴원했다.

A 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은 C 씨의 전남편 진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남편은 “C 씨가 아이를 낳은 후 병원에 들렀다가 신생아 손목에 찬 손목 띠지가 훼손돼 있는 걸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손목 띠지에는 신생아의 정보가 적혀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신생아 혈액형 검사 전에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증언한다. 경찰은 병원 안에 공모자가 있거나 A 씨와 C 씨가 짜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또 이 병원 원장을 포함해 3년 전 근무했던 직원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A 씨도 조금씩 심경에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완강한 태도로 입을 열지 않다가 최근에는 조금씩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기소 전까지 수사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