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철인왕후’ 포스터© 뉴스1
사상초유의 사태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연출 신경수)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방송에 등장한 장면이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진 결과다.
지난 22일 처음 방송된 판타지 엑소시즘 사극 ‘조선구마사’는 극중 태종(감우성 분)이 죽은 아버지 이성계의 환영을 보고 광기에 빠져 백성들을 학상하고, 명나라와 국경이 맞닿은 의주 지역에서 중국식 음식들을 대접한 장면들이 큰 지적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SBS ‘조선구마사’ 홈페이지에 이를 지적하는 글을 다수 게재한 것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방영중지하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구마사’에 협찬, 제작 지원, 광고를 편성한 기업에 대한 보이콧을 전개, 대다수의 기업이 ‘조선구마사’와 관련한 지원을 철회했다.
‘조선구마사’의 제작사와 방송사는 지난24일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도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으며,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재정비 기간을 갖겠다고 했으나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26일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은 지금까지 있었으나, 의사를 표현하는 강도와 방식이 달라졌다. 더불어 방영 중간에 폐지를 결정한 것 역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 사태를 방송가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태의 원인에 대한 여러 분석, 향후 한국 드라마가 가져야 할 또 다른 기준점과 인식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업 관계자는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고 본다”며 “한국 드라마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산업 자체가 커지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고증, 콘텐츠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못 하면서 생긴 일”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한국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이를 보는 다국적 시청자들도 있으니 콘텐츠의 내용에 대한 더 심도 깊은 고민을 했어야 하는데 이 점을 간과했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 사회적 문제를 다룰 때는 책임감이 필요하고, 다수가 소비할수록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 한국 드라마들이 재미에 치우쳤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와 매니지먼트 업계도 이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현재 관련 작품의 출연 배우들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부 의견 관련해선,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캐스팅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기 때문에 배우 책임론은 다소 과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번 일로 인해 제작자들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도 앞으로 작품을 선택할 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 관계자는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로 인해 드라마 뿐만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업계가 고증이나 사회 인식, 역사 인식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한국 드라마의 질적 성장에 있어서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서울=뉴스1)